“무릎은 홍수가 났을 때 물이 범람하지 않게 막아주는 둑과 같다.”

국내 최고 무릎 전문 정형외과의사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무릎을 둑에 비유했다.

왕 교수는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둑이 무너지면 강이 범람하는 것처럼 무릎 건강이 나빠지는 만큼 삶의 질도 떨어진다”며 “홍수가 오기 전에 매일매일 둑을 점검하시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봄철을 맞아 효과적인 무릎 관리법,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한 다양한 운동법 등을 소개했다. 왕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료원에서 재직하다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하고 있고 현재 서울삼성병원 골관절센터장과 스포츠의학실장이다. 진료분야는 전방십자인대파열, 스포츠손상, 반월상연골손상, 무릎관절연골손상, 인공무릎관절이다. 왕 교수는 나성범(야구), 이광현(축구), 최준영(농구), 김희진(배구) 등 국내 정상급 프로선수들의 무릎 수술을 집도했다.

-무릎은 어떤 관절인가.

“무릎은 신체 관절 중 가장 크지만 가장 불안정한 관절이다. 고관절, 발목관절은 포켓 형태 또는 고리 형태 등으로 서로 걸려 있거나 연결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무릎 관절은 큰 관절이 큰 관절 위에 그냥 얹힌 상태다. 위아래 관절에 붙은 근육이 손가락 깍지를 끼듯 서로 단단하게 잡아줘야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무릎 연골은 강해지지 않는다. 주위 근력을 강화해야만 연골에 가해지는 충격이 줄어든다. 근력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무릎 관절을 잡아주는 근육은 무엇이 있나.

“햄스트링, 대퇴사두근(앞쪽 허벅지), 대전근(사타구니), 아킬레스건 등 크게 4개다. 근력을 강화하는 것과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것 둘 다 중요하다. 근력을 강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근육이 부드럽기까지 하면 관절 유연성과 가동범위가 향상된다.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이 모두 필요하다.”

-근력이 약해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나.

“예를 들어 한달 동안 침대 생활을 하다가 1m 높이에서 뛰어내린다고 가정하자. 근력이 너무 약해 그냥 주저앉고 만다. 충격이 관절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관절이 손상된다. 일반인을 위한 간편한 자가 테스트가 있다. 무릎을 90도 굽힌 스쿼트 자세로 1분 이상 견디고(그림 1), 누워서 발로 자기 몸무게를 10~12회 정도 하늘로 밀 수 있으면 근력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유연성 자가 테스트는 무엇이 있나.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바닥에 앉자. 허리를 90도로 꼿꼿이 편 상태에서 상체를 다리 쪽으로 내리면서 양손으로 발목을 잡아보자(그림 2). 이게 잘되면 햄스트링, 아킬레스건 등 뒤쪽 근육이 유연한 것이다. 똑바로 서서 한쪽 발을 몸 뒤쪽에서 든 뒤 손으로 발목을 잡고 당기는 것(4번 그림), 앉아서 양쪽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 상체를 번갈아 다리 쪽으로 내리는 것 등은 손쉬운 스트레칭법이다.”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스트레칭을 모두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운동 전에는 걷기, 속보, 가볍게 뛰기 등으로 워밍업을 충분히 하라. 그렇게 근육을 서서히 데운 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겸하라. 운동 후에는 스트레칭을 빼놓지 말라. 근력이 아무리 강해도 유연성이 떨어지면 다리도 덜 펴지고 가동범위도 좁아지게 마련이다.”

-평소 활동에서 주의할 게 있다면.

“점프와 착지 시 하중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앞꿈치부터 착지하면서 발목, 무릎, 허리 근육을 차례로 사용하면서 시간에 따라 하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며 착지하자.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 보기에 양쪽 무릎이 X자 되는 형태로 움직이지 말라. 무릎을 약간 벌려 걷는 게 좋다. 근육, 관절, 힘줄에서 생기는 균형 감각을 의미하는 ‘고유 수용 감각’이라는 게 있다. 눈을 감고 한 발로 서자. 눈을 감으면 시각을 통한 얻을 수 있는 밸런스 감각이 차단되면서 근육, 관절, 힘줄에 있는 고유 수용 감각에 의존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눈을 감고 한발로 오래 서 있지 못하면 고유 수용 감각이 약한 것이다. 오래 서 있을 수 있도록 반복해보자.”

-온도, 습도가 무릎 통증에도 영향을 주나.

“그렇다.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을수록 통증은 심해진다. 추운 날 눈이 때릴 때, 비가 내릴 때 무릎이 더 아픈 건 의학적인 말이다. 무릎을 따뜻하게 하는 동시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야 한다. 통기가 안되면 땀이 차면서 더 아플 수 있다. 무릎이 아프고 부어 있는 초기에는 냉찜질이 좋다. 통증이 거의 없거나 만성적 통증이라면 온찜질이 적합하다. 많이 걷거나 뛰어서 무릎이 아프면, 일단 시원하게 해주는 게 좋다. 운동선수들이 운동 직후 습관적으로 얼음찜질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는 동작도 있나.

“체중이 실리면서 관절이 뒤틀려지는 동작이다. 쪼그려 뛰기, 오리걸음은 안된다. 양반 자세도 오래 하지 않으면 괜찮지만 어쨌든 자세를 자주 풀어줘라. 계단 내려오기를 굳이 운동으로 할 필요는 없다. 계단 오르기도 관절이 아프며 평지 걷기부터 시작하라.”

-무릎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 주사의 일종으로 염증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것 맞다. 1년 한 번 또는 두 번은 괜찮다. 그런데 오래 또는 고용량을 쓰면 생명 유지 항상성 등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많이 쓰면 오히려 관절이 손상될 수도 있다. 먹는 약은 비스테로이드 소염 진통제다. 고혈압약처럼 치료제는 아니지만, 통증이 심하면 굳이 참지 말고 적당량 복용하라.”

-인공 관절 수술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관절염은 엑스레이에서 0~4단계로 표현된다. 0은 관절염 없음, 4는 심한 관절염이다. 본인이 느끼는 통증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엑스레이상 관절염 3,4단계라고 해도 본인이 통증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으면,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다. 통증 정도는 나이, 관절 상태 등에 따라 너무 다르다. 의사 판단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본인이 판단하라. 다만 아픈 걸 오래 참다가 수술을 너무 늦게 받으면 근력이 약해져 수술 후 회복이 더딜 수 있다. 한 가지만 기억하라. 관절은 의사가 해결해줄 수 있지만, 근육은 환자 본인 몫이다. 관절이 멀쩡해도 근육이 없으면 걷지 못한다.”

-요즘 무릎 관절 보조 식품들이 많다.

“식품이 연골 구성 성분으로 만들어졌지만, 의학적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동물실험 연구는 있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가 더 많다. 의약품이 아니라 보조식품임을 주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