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황금기를 보냈다. 그 시절 두산은 야수 ‘트레이드 맛집’이기도 했다. 1군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야수를 12~13명 확보하고 시즌을 치렀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율 훈련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런 움직임이 다시 야수들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두꺼운 야수 뎁스를 기반으로 7회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그 사이 툭하면 다른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다. 두산은, 야수 보강이 절실한 팀이 제일 먼저 트레이트 노크를 하는 구단이었다.

디펜딩 챔프 LG에서 그 시절 두산의 향기가 나고 있다.

LG는 야수 뎁스가 가장 두꺼운 팀이 돼 있다. LG는 지난 30일 롯데에 내야수 손호영을 내주고, 투수 우강훈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했다.

내야진 보강에 목말랐던 롯데는 김태형 감독의 요청에 따라 LG에 먼저 트레이드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에는 LG 야수 구성에 밝은, LG 코치 출신 김민호 수비코치가 코칭스태프에 합류해 있기도 하다. 트레이드가 가능했던 것은 LG가 야수를 내줄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LG는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롯데 지명 투수로 A급 유망주로 주목받던 사이드암 우강훈을 영입할 수 있었다. 우강훈을 눈여겨 보던 염경엽 LG 감독은 반색했다.

LG는 지난해에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키움 선발 최원태를 영입하는 윈나우 트레이드를 했다. 신인 지명권과 함께 팀내 야수 유망주였던 이주형을 내주면서 성사 가능했던 트레이드였다.

LG는 손호영을 내줬지만 1군 야수 운용에 여유가 있다. 2루수 풀타임 2년차를 맞은 신민재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지난 겨울 ‘사인 앤 트레이드’로 김민성을 롯데에 보내고 데려온 김민수가 있다. 또 상무에서 전역한 유격수 구본혁이 공수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1군에 합류해 있는 데다 오는 7월이면 2루수와 유격수로 뛴 유망주 이영빈이 상무에서 돌아온다. 또 내야 유망주 김주성이 있다. 중장기 내야 운용 플랜에 큰 걱정이 없는 상태로, 지난 겨울 베테랑 서건창을 조건 없이 풀어준 배경이 되기도 했다.

두산 야수 뎁스를 구축해온 김태룡 단장은 몇해 전 “야수 뎁스가 가장 두꺼워질 팀은 LG다. 우리보다 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때 그 코멘트는 이미 현실이 돼 있다.

LG는 그간 다른 구단으로부터도 이따금 야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최근 몇년 사이 LG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문보경, 문성주 등 젊은 야수들의 급성장이 하나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LG 내부에서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이제 더 이상 내줄 만큼 여유롭지는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격세지감, LG는 야수를 찾는 팀들이 가장 먼저 쳐다보는 팀이 돼 있다. ‘야수 백화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