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배우 고 장국영의 기일이다. 만우절, 거짓말처럼 떠난 그지만 아직도 팬들은 그의 이름을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고이 새겨놓고 있다.

장국영은 지난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옥상에서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고작, 47세였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사인을 규정했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가설이 제기돼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팬의 마음을 입증하고 있다.

장국영은 1956년 10명의 형제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77년 가수로 데뷔한 그는 1984년 ‘모니카(MONICA)’라는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우수에 찬 눈망울과 섬세한 감정선으로 1980~90년대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았다. ‘천녀유혼’, ‘영웅본색’,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성월동화’, ‘금지옥엽’, ‘연지구’, ‘동사서독’ 등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그는 주윤발, 유덕화, 성룡 등과 함께 홍콩 영화 대표 배우로 일컬어졌다.

그의 연기력이 폭발한 건 ‘패왕별희’(1993)에서 두지 역을 맡으면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극을 해온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의 감정 변화와 중국의 격변하는 시대상을 담은 작품으로, 장국영은 극 중 ‘시투’에 대한 혼란과 그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두지’를 온몸으로 표현해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왕가위 감독의 1997년작 ‘해피투게더’에선 연인인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휘)의 골 깊은 이야기들을 잘 표현해내 또 한 번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도 칸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만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장국영의 소식에 전세계 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후 21년이나 흘렀지만, 매년 4월 1일이 되면 장국영이 마지막 족적을 남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외부에 팬들이 모여 꽃다발과 화환을 두고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