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와 JTBC에서 함께 공개되고 있는 드라마 ‘하이드’에 한정해서 배우 이보영의 별칭은 ‘울버린’이다. 이 호칭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작은 언쟁(?)이 붙었다. 이보영은 “왜 하필 울버린인지…”하면서 극 중 대사에 난처해했고, 김동휘 감독은 “작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울버린같이 용맹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이보영이 드라마에서 예리함의 날을 별렀다. 이보영이 등장한 쿠팡플레이 ‘하이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남편 그리고 그 남편을 추적하는 아내가 남편이 연루된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연이어 마주하는 상황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이보영은 13년 차 검사에서 변호사로 직종을 바꿨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현업에서는 잠시 물러나 있었던 나문영을 연기한다. 나문영은 어느 날 갑자기 남편 차성재(이무생)가 사라지면서 그 흔적을 좇고, 그의 사망소식을 들으면서 그 상황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 중반까지가 공개된 상황이지만 계속 반전에 반전을 주면서 시청자들의 긴장밀도를 유지하는 데는 빼어난 기술을 선보인다. 이보영이나 이무생, 이청아 등 주연배우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모두 이 초중반까지 반전을 통해 긴장감을 밀도있게 밀고 나가는 전개인데, 이 부분은 충분히 유효함을 보였다.

1회 평범한 일상을 살던 변호사 출신 주부에게 남편 실종사건이 생기고, 남편은 주검으로 돌아오는 결말 그리고 2회에서 이를 추적하다 여러 실마리가 되는 인물을 만나는데 갑자기 남편이 등장하는 결말, 그리고 3회 이 남편을 좇다가 결국 만나는 결말이 있다. 4회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하연주(이청아)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극 긴장감 조성에 한몫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매번 막바지에 이른바 ‘떡밥’이라는, 이후 전개를 궁금하게 할 만한 실마리들을 조금씩 던지면서 시청자를 유인하고 있다.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작품은 굉장히 시청자를 머리 아프게 한다. 따라서 시청자를 대신해 이 모든 사건들을 맞이하고,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지는 캐릭터의 중요성이 커진다. 바로 이보영의 나문영은 이런 캐릭터다. 나문영의 캐릭터가 혼란 속에서도 실마리를 잡고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드라마 전체가 산다.

그런 의미에서 이보영이라는 선택은 준수해 보인다. 이보영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진중하면서도 무게있는 여러 배역들을 차례로 섭렵하며 경력을 이어왔다. 비록 그에게 있어 눈에 띄는 악역이나 생활연기 또는 코믹연기의 요소는 없지만, 그는 여러 전문직을 전전하면서 그에 걸맞은 무게감을 선보였다. 그래서 스릴러물과 이보영은 꽤 잘 맞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거푸 변호사 역을 맡았다. 이후에도 ‘신의 선물-14일’의 방송작가, ‘귓속말’의 형사, ‘마더’의 연구원, ‘대행사’에서 마케터 등 전문직을 연이어 맡았다. 정확한 딕션과 논리정연한 태도로 특히 법조인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가 ‘하이드’에서 더 보여주는 것은 마치 ‘엑스맨’의 울버린을 보는 듯한 용맹함이다. 그는 남편의 사망소식에도 무너지지 않고 부검을 주장하는 등 이치를 따지려 애쓴다. 남편이 저지른 각종 비리의 증거를 보고도 중심을 유지하며, 그사이에 끼어든 ‘빌런’ 마강 부장(홍서준)의 협박에도 오히려 되치기에 나서는 등 결기를 잊지 않는다. 마부장을 다시 협박하는 그의 서슬퍼른 눈빛에서는 절로 울버린의 무기 ‘아다만티움 발톱’의 냉기가 느껴진다.

‘하이드’의 완성도는 결국 중반 이후 마무리 전개에 달렸겠지만, 이보영은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이러한 장르에는 믿고 쓰는 배우라는 안정감을 보였다. 거기다 이번 작품 한정으로 추가된 ‘울버린’의 용맹함까지. 20년 베테랑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