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으로 들어가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팬과 맞선 스페인 3부 리그 골키퍼가 징계를 받았다. 피해자가 징계를 받는 게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인축구연맹(RFEF)은 지난 3일 “지난주 스페인 3부리그 라요 마자다혼다 골키퍼 셰이크 케인 사르는 자신을 인종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하는 상대팀 세스타오 리버의 관중과 맞붙었다”며 “2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르는 당시 골문 뒤 관중석으로 들어가 상대 서포터스와 맞섰다. 양 팀 선수들이 관중석 안팎에 모여 충돌을 뜯어말렸다. 이후 라요 마자다혼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났고 경기는 그대로 중단됐다.

연맹은 경기 재개를 거부한 이유로 라요 마자다혼다 구단에 0-3 몰수패, 승점 3 감점, 벌금 3006유로(약 440만원)를 부과했다. 사르는 “나는 그를 붙잡고 왜 나를 모욕하는지 물었다”며 “내 태도는 공격적이지 않았고 단지 그에게 이유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장난이나 농담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며 “너무 끔찍한 일이라서 나 자신을 멈추지 못했다. 그들이 하는 말이 너무 슬프고 추악했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사르의 반응이 “좋은 스포츠 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지만 “인종차별적 모욕을 동기로 삼아 도발을 정당화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맹 징계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라요 마자다혼다 주장 호르세 카사도는 “불공정한 결정이다. 사르가 모든 것에 대해 비난을 받는 것 같다”며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극심한 인종차별로 마음고생이 심한 비니시우스(레알 마드리드)도 “사르의 용기는 다른 사람들도 영감을 불어넣기를 바란다”며 “인종차별주의자는 폭로돼야 하며 관중석에서 그들과 함께 경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스페인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게 정말 해결책이며 이것이 인종차별을 없애고 싸우는 방법인가”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결국 우리도 공범이 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스포츠 일간지 마르카는 사건 당시 “우리 축구, 우리나라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련의 인종차별 행위로 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피해자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연맹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는 마르카는 “사르에게 부과된 2경기 출전 금지는 최소한 처벌”이라며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연맹은 세스타오 구단에게도 “폭력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탄압에 성실히 행동하지 않거나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6001유로(약 879만원)와 함께 홈 2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라고 명령했다. 구단은 이번 결정이 “불공평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사르와 맞붙은 세스타오 서포터는 사르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구단 보안 책임자 라파 과딕스는 인종차별적 모욕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스페인프로축구는 인종차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맹은 지난주 스페인 정상급 클럽 헤타페에 팬들의 인종차별 및 외국인 혐오 학대에 대한 처벌로 3경기 동안 중앙 스탠드를 부분적으로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경기는 헤타페 팬들이 세비야 수비수 마르코스 아쿠나와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68분에 중단됐다. 경기는 추가 사고 없이 2분 30초 만에 재개됐다. 헤타페는 벌금 2만7000유로(약 3956만원)를 물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브라질대표팀 윙어 비니시우스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겪은 반복적인 인종차별 때문에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약해지고 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프로축구가 검찰에 신고한 비니시우스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은 10건이다. 지난주 스페인과 브라질 간 평가전은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일환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