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KIA는 홈런을 칠 때마다 호랑이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했다. 홈런을 친 타자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 대기하고 있던 호랑이 가면을 동료들이 뒤집어 씌워주고 같이 즐거워했다.

올해는 호랑이 가방이 등장했다. 조재영 수비코치의 제안으로, 대형 호랑이탈을 가방으로 특수 제작했다. 홈에서는 백호랑이, 원정에서는 노란호랑이 가방을 메고 홈런 타자가 세리머니를 한다. 경기 전 KIA 더그아웃에 가면 근엄한 표정의 호랑이 얼굴이 벤치에 덩그라니 놓인 채 그날의 홈런 타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이 호랑이가방은 몇 번 등장하지 못했다.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KIA는 4일까지 9경기에서 6홈런을 쳤다. SSG(17개) 두산(14개) KT(11개)는 이미 10개를 넘겼는데 KIA는 NC 삼성(이상 6개) 롯데(5개)와 함께 홈런이 빈약한 팀 중 하나다. 2루타는 23개로 10개 팀 중 가장 많아 장타율(0.430)은 아주 떨어지지 않는 편이지만 홈런이 나오질 않았다.

KIA에서 홈런타자는 결국 최형우, 소크라테스, 나성범이다. 지난해에는 소크라테스가 가장 많은 20개를 쳤고 나성범(18개), 최형우(17개)가 뒤를 이었다. 현재 나성범이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는 데다 소크라테스의 화력이 터지질 않으면서 KIA는 홈런 적은 팀 중 하나로 편입돼 있다. 이범호 KIA 감독도 공인구 반발력이 높다는 얘기에 “우리 팀은 아닌 것 같다. 장타가 안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홈런을 기다렸다.

이제 장타가 조금씩 가동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현재 6홈런 중 2개를 최형우가 쳤고 이우성, 최원준, 서건창, 소크라테스가 1개씩 쳤다. 개막전에서 최원준이 홈런을 치고 개막 3경기 만에 최형우가 2개를 쳤지만 이후 소식이 끊겨, 개막 이후 6경기에서 3홈런에 그쳤던 KIA는 4일까지 수원 KT 3연전을 치르면서 매일 1개씩 더했다. 2일에는 이우성이, 3일에는 서건창이, 4일에는 기다렸던 소크라테스의 홈런이 나왔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홈런이 매우 반갑다. 소크라테스는 4일 KT전에서 5-2로 앞서던 7회초 KT 두번째 투수 주권의 4구째를 받아쳐 우월 솔로홈런으로 시즌 첫 홈런을 개시했다. 소크라테스는 개막 이후 타율이 0.256(39타수 10안타)다. 중심타선 치고 저조하다. 이날 솔로홈런을 포함해서도 타점이 3개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최형우(7타점) 김선빈(6타점) 박찬호 서건창 이우성 최원준(이상 5타점)이 분투하는 중에 가장 터져야 할 소크라테스의 장타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었다.

KIA는 개막과 함께 생각지 못했던 부상 소식을 또 맞이했지만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시즌을 출발한 상태다. 7승2패로 2위, 상위권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장타가 나오지 않다보니 타점(46개)도 상위 팀들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타선 짜임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KIA가 좀 더 순조롭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타가 필요하다. 기다렸던 장타자 소크라테스의 첫 홈런이 일단 나왔고,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가방을 멨다.

KIA의 호랑이 가방은 오늘도 더그아웃에서 자신을 가슴에 메고 환호해 줄 타자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