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의 서 있던 김연경(36·흥국생명)은 지인들로부터 은퇴를 만류하는 내용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원로 개그맨 이경규의 수상 소감이었다. 이경규는 202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박수칠 때 떠나라? 정신 나간 놈이다. 박수칠 때 왜 떠나냐. 한 사람이라도 박수 안 칠 때까지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공로상’은 말 그대로 그간 연예계 생활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는 상이면서도 지금까지의 활약을 마감하는 느낌도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8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김연경은 시상식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떠올렸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 31표 중 20표를 독식하며 현대건설 양효진(5표)을 제치고 MVP를 수상했다.

개인 6번째 MVP 수상으로 다시 한번 최다 수상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2005~2006, 2006~2007 2007~2008시즌 3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올랐던 김연경은 이후 해외 진출로 V리그를 잠시 떠나있었다. 그리고 V리그로 돌아왔던 2020~2021시즌에도 최고의 선수로 MVP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시즌에도 MVP 수상 행진을 이어간 김연경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최고의 선수의 자격을 증명했다.

1988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치른 36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공격성공률 2위(44.98％), 리시브 5위(효율 42.46％), 정규리그 득점 6위(775점), 수비 8위(세트당 5.557개)으로 각종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은 이날 아웃사이드히터 부문에서도 수상하며 트로피 두개를 들어올렸다.

가장 관심을 모은건 김연경의 거취였다. 김연경은 2023년 2월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의 아쉬움으로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총 보수액 7억7500만원에 1년 계약으로 흥국생명에 잔류했다.

하지만 바라던 우승을 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판까지 현대건설과 1위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다 결국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김연경은 웃음 한 점 없는 표정으로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시즌을 마치고 고민에 빠졌던 김연경은 답을 내렸다.

그리고 김연경은 MVP 수상 후 화끈하게 “내년 시즌 많은 팬분들을 위해서 한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을 했다”라고 선언했다.

김연경은 “시즌 중간부터 어느 정도 결정하고 시즌을 했다”며 “결과가 좋지 않게 됐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시즌 중반부터 구단 관계자분들과 감독님 가족, 지인, 얘기 많이하면서 어떤게 좋을까 생각했다.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준 것도 있고, 올해도 작년에 비해 개인 성적 좋아져서 조금 더 현역 연정을 결정하게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떠나려는 그의 발걸음을 막았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에도 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했는데 아쉽게 놓쳤다. 올해도 2등으로 마무리 됐다”면서도 “내년에 부담이 많겠지만 이겨내고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다음 시즌 우승을 향한 갈증을 풀어내는 것은 물론 개인 7번째 MVP도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위협할 선수들도 나오길 바란다. 김연경은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국내 선수들 중에 더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고 서로 발전할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가장 원하는 ‘은퇴’의 그림과도 같다.

큰 결심을 한 김연경은 다음 시즌에도 정상을 향해 뛴다. 배구장을 핑크빛으로 수놓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뛸 생각이다. 김연경은 “팬분들이 제 배구를 보고 싶어하는게 가장 컸다”며 “내년에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최정상에 있는 모습 보여드려야할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