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주말 삼성전에서 벌어진 심판들의 ‘오심 은폐 논란’에 대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감독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현재 (문제가 된 심판들의)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있어서 그 과정에 있는 부분을 다 말씀드릴 순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던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NC는 앞서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말 황당한 오심의 피해자가 됐다. 단순 오심을 넘어 심판들이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는 듯한 대화가 방송 중계에 고스란히 담겼다. NC 선발 이재학은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 타석에서 2구째 직구를 던졌는데, 문승훈 주심은 ‘볼’로 선언했다.

그러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는 이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했고, 뒤늦게 더그아웃 태블릿PC로 이 사실을 확인한 강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했다. ABS 판정이 양 팀 벤치에 설치된 태블릿 PC로 전달되는 데까진 시차가 있다.

이 때문에 이재학의 2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ABS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걸 뒤늦게 확인한 NC 측 항의도 늦어졌다. 이미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뒤였다.

주심 등 심판 4명이 모여 NC 항의를 논의했지만,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대로 진행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민호 심판 조장은 마이크를 잡고 “(ABS) 음성이 전달될 때는 볼로 전달됐다”며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4심 합의 중 심판 조장이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우리가 빠져…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한 말이 방송 중계에 잡혔다. 공평하게 경기를 관장해야 할 심판들이 오심인 줄 알면서도 그러한 사실을 숨기려고 한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KBO는 15일 당일 경기 조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또 양 팀 더그아웃이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ABS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수신할 수 있도록 조속히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강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ABS를 하면서 태블릿PC로 전송되는 시간에 문제 제기를 계속했다. KBO에서도 시즌이 시작하면 분명 개선될 거로 말씀해 주셨다”며 “그런 부분이 일찍 개선됐다면, 더그아웃에 도입한다는 수신기가 더 일찍 도입됐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당일 NC 선발 투수였던 이재학은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과 항의 과정에서 투구 리듬을 잃은 뒤 3회말에만 3실점 했고, NC는 결국 5-12로 패했다. 이재학은 “아쉽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경기 일부라고 생각하며 다음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NC는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KBO에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