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KIA는 0-1이던 3회 NC 내야의 송구 실책을 틈 타 동점을 만든 뒤 5회 5점을 몰아내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 5회 무사 1·2루에서 최원준이 우익수 방향 2루타로 역전과 함께 무사 2·3루로 찬스를 키운 뒤 1사 이후 김도영의 내야안타로 추가점을 뽑고 이우성의 좌월 3점홈런으로 승세를 굳혔다.

KIA는 개막 이후 선두로 질주하고 있다. 거의 전과목 ‘우등생’ 성적을 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2루타 이상’의 장타로 경기 흐름을 만드는 힘이다. KIA는 디펜딩 챔프 LG와 팀 타격 부문에서 숫자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으로 올해도 20일 현재 팀타율 0.292로 LG(0.293)과 어깨싸움 중이다.

그러나 ‘2루타 이상’의 장타로 범위를 좁히면 KIA 타선은 존재감이 달라진다. 팀홈런은 25개로 SSG(30개)에 5개 뒤진 공동 2위지만, 팀 2루타 개수는 51개로 압도적이다. 팀타율 경쟁 팀인 LG(37개)보다도 14개가 많다. KIA가 팀 장타율 1위(0.458)에 팀 OPS 역시 1위(0.830)에 올라있는 것도 다른 팀 타선에 비해 2루타를 쉽게 쳐내기 때문이다.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늘어나면 ‘득점 루트’를 찾는 길이 그만큼 넓어진다.

야구는 매이닝 주자를 득점권인 2루로 보내려는 게임이다. 수비 입장에서는 2루를 내주지 않으려는 게임이다. 예컨대 각 팀 벤치는 근소한 점수 차, 무사 1루에서 주자를 2루로 보내기 위해 여러 그림을 그린다. 희생번트 사인을 낼 수 있고, 히트앤드런 작전을 가져갈 수도 있다. 1루 주자 발이 빠를 경우, 위험을 감수하고 단독 도루로 무사 2루를 노려볼 수도 있다.

이에 2루타 또는 그 이상의 장타는 벤치의 고민을 단번에 덜어내는 ‘지름길’이 된다. KIA가 올시즌 역전승 횟수로도 단연 1위(8승)를 달리는 등 흐름을 뒤엎는 경기를 자주 하는 것도 장타와 장타를 연결하는 타선의 힘 덕분이다.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시작한 경기에서도 단번에 흐름을 빼앗는 야구를 하고 있는 배경이다.

주포 나성범이 개막 이전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는 데다 또 한명의 외국인 주포 소크라테스 등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는데도 장타 싸움에서 앞서간 간 것은 여러 타자가 고루 활약해준 덕분이다.

2루타만 보자면 최형우와 소크라테스가 각각 7개로 팀내 최다 개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최원준(6개), 한준수·이우성(이상 5개), 서건창·김선빈(이상 4개), 김도영(3개), 고종욱·박민·박찬호(이상 2개) 등이 뒤를 잇는다. 최원준과 김도영, 홍종표는 3루타도 1개씩 기록하고 있다.

2루타는 좌우중간을 가르거나 좌우측 라인을 태우는 타구를 때려야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타구의 거리를 내야 하지만, 한 베이스 더 가는 속도와 감각으로도 늘릴 수 기록이다. 김도영과 최원준, 박찬호 등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시즌 KIA의 힘은 팀 평균자책 1위(3.08)의 마운드에서 우선 나오고 있지만, 이같은 공격에서의 파괴력으로 승률을 끌어올리고도 있다. 장타를 통해 연승에서 따라올 수 있는 피로감도 줄이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팀 OPS 0.830은, KBO리그가 ‘타고투저’로 물결치던 2018년에나 흔히 보던 수치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4월을 보내며 SK가 팀 OPS 0.880을 찍는 등 5팀이 팀OPS 0.800을 넘으면서 4월을 보냈다. 올해는 20일 현재 KIA만이 팀 OPS 0.800을 넘어서 가운데 키움이 팀 OPS 0.791로 2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