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리드하던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비로 승리할 수 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는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경기 초반부터 내린 비가 롯데가 더욱 거세졌고 3-2로 앞선 상황에서 5회초에 들어가기 전 중단이 선언됐다. 방수포를 깔고 오후 7시44분부터 비가 잦아들기 기다렸지만 결국 경기는 재개되지 않았다.

롯데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날 선발 투수 한현희였다.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한현희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회 난조를 보이며 1사 후 추신수에게 볼넷, 최정에게 좌전 2루타를 맞아 2·3루를 채웠다. 결국 한유섬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한현희는 추가 실점 없이 어렵게 1회를 마쳤다.

1회말 롯데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1번타자 윤동희가 좌전 안타를 쳤다. 이어 황성빈이 땅볼로 앞선 주자만 아웃됐고 빅터 레이예스가 또 땅볼을 쳐 선행 주자가 아웃됐다. 그런 가운데 전준우가 기회를 살렸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전준우는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초구 148㎞짜리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전준우의 시즌 4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200번째 홈런이다. 역대 35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롯데는 2회 2사 후 김민성이 솔로홈런까지 치면서 리드를 가져왔다.

득점 지원을 받은 한현희도 안정감을 찾았다. 2회 2사 후 최지훈을 1루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시킨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3회에도 최정-한유섬-길예르모 에레디아를 모두 범타로 잡아냈다. 4회에도 1사 후 고명준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최준우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경기가 성립되지 못하면서 한현희의 호투도 비와 함께 날아갔다.

SSG 최정의 대기록 달성 기회도 다음으로 미뤄야만했다. 최정은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최다 기록 신기록까지 홈런 한 개를 남겨두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467홈런과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하나만 더 치면 이 기록 가장 위에 최정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유신고를 졸업한 뒤 2005년 SK(현 SSG) 1차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단한 최정은 데뷔 첫 해인 2005년 5월21일 현대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2006년 12홈런으로 프로 데뷔 두번째 시즌만에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최정은 이후 꾸준히 10홈런 이상을 쳤다. 지난해까지 18시즌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연속 시즌 두자릿수 홈런 기록은 이미 최정이 가지고 있다.

2016년에는 개인 첫 40홈런을 쏘아올리며 데뷔 12년만에 생애 첫 홈런1위 타이틀(공동 1위)을 거머쥐었다. 이어 2017년에는 한 시즌 개인 최다인 46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홈런 1위에 올랐다. 2021년에도 35홈런으로 통산 세번째 홈런왕을 차지하는 등 최정은 홈런의 대명사가 됐다.

최정은 KBO리그에서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한 5명의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8일 문학 NC전 5타석 4홈런을 달성했다. 한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은 역대 6차례, 두 번의 연타석 홈런은 역대 2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그리고 최정은 올시즌 신기록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KIA전에서 상대 투수 윌 크로우가 던진 공에 맞아 옆구리에 부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골절까지 의심될 정도로 통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타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리고 부상을 회복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SSG는 최정의 홈런볼을 잡는 팬에게 특별한 교환 혜택을 주기로 공언했는데 사직구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날 최정은 첫 타석에서는 2루타를 뽑아냈지만 두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아웃으로 물러났다. SSG로서는 지고 있던 경기가 노게임이 된 게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