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이 메이저리거 강정호(28·피츠버그)의 이례적인 분노 표출을 이해했다.

염경엽 감독은 19일 수원 KT전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강정호가 헬멧을 집어던진 데 대해 “자신이 실책을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거기서는 그래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이날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8-8로 맞선 9회말 1사 2루 잘 친 타구가 1루수에게 잡히자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헬멧과 방망이를 집어던졌다. 이 모습은 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강정호는 이날 7회에 시즌 10호 홈런을 날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처음으로 데뷔 시즌에 두자릿수 홈런을 쳐낸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9회초 수비하다 실책을 했다. 3루수로 나선 강정호는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렸고 이 주자가 결국 홈을 밟았다. 8-6로 앞서던 피츠버그는 이 실책이 빌미가 돼 결국 8-8 동점을 허용했다. 자신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타석에서 끝낼 수 있던 기회를 날리자 강정호는 헬멧을 집어던졌다.

자신의 실수로 다 잡은 경기를 동점을 내주고 다시 온 기회를 살리지 못해 연장전으로 들어가게 되자 스스로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가끔 타자들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나 실수를 했을 때 자책하며 방망이나 헬멧을 집어던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강정호는 거의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는 또 그 쪽 분위기에 맞춰 행동 할 수 있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의견이다. 올시즌 잘 하고 있지만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신예이기 때문에 확실한 승부욕을 드러내는 차원에서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염경엽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자신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강정호가 평소에 행동을 잘못했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평소에 성실하게 잘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뜻으로 한 그 정도의 행동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넥센에서는 ‘절대 금지’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팀에서는 외국인선수도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것은 관계 없지만 경기 중 분위기를 고려해 더그아웃에서는 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강정호의 색다른 모습을 넥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