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추억을 남긴다. 줄거리와 배우, 명장면 등과 영화를 봤던 시절, 사람 등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내 경우 수많은 영화 가운데 ‘사관과 신사’(1982)가 우선 손꼽힌다.

‘사관과 신사’는 군대영화이자 사랑영화, 그리고 꿈에 관한 영화이다. 불우한 시절을 보낸 청년(리처드 기어)이 사관학교에 입교한 뒤 곡절을 치른 끝에 임관하고 연인(데보라 윙거)과의 사랑도 꽃피우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군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봤다. 군인 신분인 데에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여서 사랑과 꿈에 관한 드라마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내가 주인공이 돼 내 이야기를 그리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는 했다. 그리고 데보라 윙거가 얼마나 예쁜지 그의 팬이 됐다. 귀대했을 때 휴가 중 ‘사관과 신사’를 본 전우들도 나와 다름없었다. 데보라 윙거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사관과 신사’는 헤어졌던 친구 커플을 다시 맺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학군장교(ROTC)로 복무한 고등학교 동창은 이 영화를 본 뒤 리처드 기어처럼 심경이 바뀌어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 결혼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고3 때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인하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공군에 입대, 35개월을 복무했다. 1983년 5월에 제대한 뒤 복학하지 않고 배우가 되는 길을 찾았다. 83년 11월 MBC 탤런트 공채에 합격,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영화는 86년 이규형 감독의 ‘청블루 스케치’로 데뷔했다.

‘사관과 신사’는 이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사관과 신사’를 통해 배운 것이다. ‘사관과 신사’를 비디오와 DVD로 소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데보라 윙거는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주제곡(Up Where We Belong)이 장엄하게 흐르는 가운데 리처드 기어가 데보라 윙거를 안고 가는 마지막 장면이 눈에 선하다.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