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피식피식.

별 것 하는 것 없이 귀여운 사람이 있다. 보고 있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고 앙 깨물어주고 싶은 사람. 그걸 영화화하면 바로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가 아닐까.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다.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최원영, 윤지혜, 장기하 등이 출연한다.

그대가 상상한 줄거리가 있다면 과감히 버려라. 전혀 달라 궁금증을 건든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감독의 시선으로 꾸려나가는 한국적 정서와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인으로선 예측할 수 없어 오히려 신선하다. 어떤 방식으로 결말에 다다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소품집처럼 소소한 이야기지만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특히 ‘해성’과 ‘나영’, 그리고 나영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가 셋이 만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그들 사이에 어떤 감정이 흐를지를 상상하는 맛이 있다.

애정을 듬뿍 담은 캐릭터들도 영화의 귀여운 매력을 배가하는 요소다. 영어에 서툰 ‘해성’을 독일 태생인 유태오에 맡겨 의도하지 않은 웃음을 준다. 또한 아내인 나영의 첫사랑이 나타나자 쿨한 척 하지만 실상 속이 타들어가는 남편 아서의 표정 변화도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포인트다.

다만 개봉에 앞서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연일 입소문을 탄 탓에 굉장히 거대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잔잔하고 소꿉놀이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음 달 6일 개봉

■고구마지수 : 1.8개

■수면제지수 : 1.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