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스포츠맨’의 자격을 가리는 근대5종은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됐다.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등 근대 유럽의 군인에게 필요한 5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종목의 특성상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열린 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도 헝가리, 스웨덴, 구소련 등 유럽세가 강했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아시아에서는 2012년 런던 대회 때 중국의 차오중룽이 남자 개인전 은메달을 딴게 유일했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11위였다.

하지만 근대5종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꿈을 키워나갔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그 꿈을 이뤘다.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썼다.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0년대 접어들면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특히 전웅태는 첫 메달리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안은 선수 중 하나였다.

2018년을 세계랭킹 1위로 마쳐 국제근대5종연맹(UIPM) 연간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전웅태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동메달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됐던 국제대회가 재개된 이후 올해 4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급 경기력을 이어갔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여전히 근대5종은 생소한 종목으로 알려졌다. 전웅태는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근대5종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표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정진화(32·LH)도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숱한 큰 대회 경력을 지녔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그리고 도쿄 올림픽까지 세 번이나 올림픽 무대를 두들겼다. 비록 메달은 전웅태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개인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

대한근대5종연맹의 지원도 한 몫을 했다. 연맹의 회장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985년 박영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이 연맹 2대 회장에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근대5종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LH는 연간 15억원의 지원을 했고 실업팀도 운영하면서 정진화 등 많은 선수들을 배출했다.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메달권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올림픽 전담팀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투자한 결실을 맺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도 기대해볼 만큼 꿈을 키울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