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를 시작하는 키움을 보는 시선은 비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한 눈에 봐도 팀의 전력에 치명타를 가할 악재가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발 제이크 브리검은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에 갔다 돌아오지 않고 있고, 토종 에이스 한현희와 안우진은 방역수칙 위반 술자리 파문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 여파로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은 LG로 트레이드돼 가야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주전급 유망주로 꼽히던 송우현은 음주운전으로 팀을 떠났다. 야심차게 뽑은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 역시 타격감과 포지션이 정착하지 못한 채 헤매다 결국 교체됐다. ‘새 얼굴’이라고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검증이 부족하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현재 키움의 성적은 세간의 예상을 벗어난다. 오히려 후반기 들어 KT와의 첫 시리즈를 스윕하는 등 첫 주 5승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를 10경기로 넓혀도 8승2패다. 이런 상승세로 키움의 순위는 7위권에서 16일 현재 어느새 3위 삼성을 1경기 차로 쫓고 있다. 물론 에릭 요키시, 정찬헌, 김동혁 등 새로 갖춰진 선발진의 호투도 있었지만 이 로테이션을 만들기 위한 구원진에 새로운 해결사가 등장한 이유도 크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지난 10일 후반기 첫 경기 KT전에서 요키시가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자 7회 곧바로 김재웅을 꺼냈다. 이후 김성민과 김태훈이 1이닝씩을 막았다. 이튿날에도 최원태가 5.2이닝까지 4-1 리드를 지키자 곧바로 김재웅-김성민-김태훈을 투입했다. 김성민의 경우에는 KT와의 시리즈 3차전 9회 6-4의 살얼음 리드를 지키기 위해 3연투도 감행했다.

이 조합은 지난 14일 두산전 리드 상황에서도 등장하는 등 후반기를 위해 조직된 필승조임이 분명해졌다. 홍원기 감독도 김재웅, 김성민, 김태훈의 기량을 칭찬하면서 다른 변수가 없을 때까지는 이들로 승리를 지켜갈 것이라 공언했다.

전반기 필승조 조합으로는 김성민과 김동혁, 이승호와 김태훈 등이 있었다. 이 중 원래 지난해 선발이었던 이승호는 선발진에 공백에 생기자 바로 원대복귀했고, 김동혁은 지난 12일 데뷔 2년차에 첫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3실점의 준수한 투구를 했다. 이승호, 김동혁의 자리를 지난해 선발수업을 하던 김재웅이 합류해 메운 것이다.

여기에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 불펜진을 거의 혼자 떠받친 조상우가 복귀해 좀 더 강도를 높였다. 홍원기 감독은 전반기 퓨처스리그에서 제구를 잡는데 힘을 쓴 ‘9억루키’ 장재영의 후반기 불펜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브리검의 결론이 나고 한현희, 안우진의 거취도 결정되는 9월 중순 이후까지 키움 불펜의 비상시국 필승조는 이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후반기 5강권을 향한 승부는 이렇게 순위표가 촘촘한 상황에서는 매일매일이 중요하다. 김재웅-김성민-김태훈이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키움의 올시즌 명운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