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토브리그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25일 현재 총액 100억원대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무려 5명이나 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역대 FA 계약에서 100억원대를 기록한 선수가 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각 구단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FA 계약을 체결한 11명의 선수들 중 4명이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원소속팀의 이른바 ‘프랜차이즈 스타’라 불리던 선수들의 이적이라 야구계에 적지 않은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시작은 박해민부터였다. 신일고-한양대를 졸업한 뒤 2012년 삼성의 육성선수로 시작해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은 박해민은 삼성의 FA 선수들 중 가장 잔류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LG가 4년 6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박해민을 ‘깜짝’ 영입했다.

NC도 지갑을 열었다. 내부 FA인 나성범과 협상 과정을 밟던 NC는 그의 잔류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되자 박건우를 6년 100억원에 데려왔다. NC의 예상대로 나성범은 KIA와 6년 1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나성범과의 결렬이 확실시 된 NC는 외야자원을 더 수혈하기 위해 손아섭에게 접근했고 4년 60억원이라는 조건에 영입을 성공했다.

박해민, 박건우, 나성범, 손아섭 모두 원소속팀을 대표하는 주전 선수들이었다. 프랜차이즈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박해민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라커룸을 비우며 눈물을 쏟았고 나성범도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손아섭도 결정을 내리기전까지 사흘 동안 밤잠을 설쳤다. 이들이 SNS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는 공통적으로 친정팀 팬들을 향한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한편으로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의 원소속팀이 제시한 조건은 이적한 팀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의 상징성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이견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롯데는 손아섭에게 NC가 제시한 조건의 절반 정도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프로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몸값이다. NC가 굵직한 외야수 두 명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가치를 높게 샀기 때문이다. 시장의 적정가에 맞춘 금액이기도 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FA 시장에는 적정가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시장이 결정하고, 수요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변동이 이뤄진다”고 했다.

원소속팀은 그 선수가 줄곧 뛰어왔던 추억이나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등에 대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무형의 조건이다. 유형의 자본을 바탕으로 뛰어드는 팀에게는 이겨낼 수가 없다. ‘집토끼’를 지키려면 시장가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놓아야되는게 올해 스토브리그의 현실이다.

아직 황재균, 박병호, 정훈 등이 FA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협상의 기본은 원소속팀에게 맞춰져있을지 모르나 ‘머니 게임’으로 이뤄지는 최근 양상을 보면 반드시 잔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