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이 최근 공개한 2023년 K리그 예비 자유계약선수(FA) 명단(266명)에선 예상치 못한 이름이 등장했다.

지난해 5년 만의 K리그1 토종 득점왕에 등극한 주민규(32·제주)였다. 외국인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득점왕 프리미엄을 안은 그는 당연히 붙잡아야 하는 선수다. 그런 주민규가 반 년 뒤면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소속팀을 옮길 수 있는 FA 시장에 나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주민규는 4일 기자와 통화에서 “제주를 떠날 생각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계약을 맺지 못한 상황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규의 남다른 마음가짐은 올해 성적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K리그1 19경기를 뛰면서 득점(12골)과 도움(5개) 모두 2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에선 압도적인 선두다. 라이벌들의 집중 견제 속에 성적이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딴 판이다.

40년 K리그 역사에서 K리그 토종 득점왕 2연패는 아직 없다. 공교롭게도 올해 득점 선두(14골)를 달리던 무고사가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나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떠난 터라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축구 전문가들은 주민규의 득점왕 수성 도전보다 그의 도우미 변신에 주목하고 있다. 주민규는 지난해 득점을 노릴 수 있는 페널티지역에만 머물렀다면, 올해는 미드필더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찬스까지 만든다. 손흥민(토트넘)의 단짝인 해리 케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변화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주민규가 얼마나 케인과 흡사한 플레이를 펼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민규는 2021~2022시즌 케인 활약과 비교해 경기 당 패스 성공 횟수(주민규 17회·케인 17회)와 공격지역 패스 성공 횟수(주민규 7회·케인 8회), 기회 창출(주민규 1.6회·케인 1.4회), 도움(주민규 0.21개·케인 0.24개) 등에서 흡사하다. 주민규는 “남기일 감독님이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자신의 변화가 단순히 몸값을 올리는 데 한정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올해 그가 바라는 목표는 득점왕이나 도움왕보다 제주의 우승이기 때문이다. 주민규는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제주가 더 높은 위치까지 오르는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우리 팀은 분명히 강해졌다. 여기에 내가 조금 더 힘을 보태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는 게 올해 남은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