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58)이 선수 선발 과정에서 에이전트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프로 지도자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선수 영입 관련, ‘프로 지도자-에이전트-대학 감독-구단 직원’ 간 은밀한 금품 거래 의혹이 밝혀지리라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김현아)는 지난 19일 안산 임 감독 사무실, 집, 차량,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축구 에이전트 A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다가 임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A씨가 관리하는 선수들이 안산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임 감독과 A씨, 구단 직원 간 금품 수수가 이뤄졌는지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임 감독은 2018∼2019년 태국프로축구 파타야 유나이티드FC 감독으로 일했다. 당시 한국 선수 2명을 선발해주는 대가로 A씨로부터 금품을 수수(배임수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임 감독의 압수수색은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안산 구단은 “성적 부진과 더불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임 감독과 더 이상 동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격 경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산 구단은 구단 고위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임 감독은 선수 부모들이 태국 구단이나 현지 에이전트 측에 사례비로 돈을 보냈는데, 이게 자신에게 흘러 들어왔다면서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산 압수수색에 앞서 검찰은 한 달 전 수도권 대학 선수 B가 프로 1부구단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A씨, 대학 감독, 프로구단 직원 간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해당 대학에는 이미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선수 B가 프로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자 입단을 전제로 A씨에게 건넨 돈을 돌려달라고 경찰에 고발한 게 조사가 이뤄진 시발점이다. 검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구단에도 비슷한 혐의가 있음을 포착했고 1차로 안산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다른 대학 선수들이 프로구단으로 입단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 브로커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감독이 더 있는지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최근 축구계에서는 대학 감독들이 신입생을 받거나 프로로 선수를 보내는 과정에서 에이전트, 부모, 선수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현역 프로구단 감독인 C씨는 대학 선수를 받아주겠다는 조건으로 부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모는 아들의 프로행이 무산되자 C씨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청했고 대한축구협회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C씨도 조만간 경질되리라 전망된다. 몇몇 프로구단 스카우트들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몇몇 수도권 대학축구부 감독에 대한 의혹도 계속 제기된다. D대학은 고교 선수들을 입학시켜주는 대가로 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감독을 최근 일신상 이유로 경질했다. D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선수 부모가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내용이 드러났다. 몇몇 수도권 대학축구부 감독들이 서로 짜고 신입생을 돌려받으면서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 과정에서 현직 프로구단 지도자 E씨가 연루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검찰은 “수사 확대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선수 선발을 둘러싼 프로 지도자-에이전트-구단 직원-대학 지도자 간 얽히고설킨 비리들이 축구계를 흔들리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