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이 아니라 ‘왕의 귀향’이 될 뻔했다. 51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시리아를 힘겹게 꺾고 망신을 면했다.

한국(FIFA 랭킹 40위)은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바니야스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107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7분 지동원(전남)의 A매치 데뷔전 데뷔골 덕에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조광래호는 최근 2경기 연속 무승 고리를 끊고 2승(1무1패)째를 챙기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조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이 발견했다.

조 감독은 원톱 공격수에는 장신(1m96) 공격수 김신욱을 선발로 세웠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처진 공격수로 배치시켰다. 김신욱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볼을 박지성에게 골로 연결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신욱-박지성 카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김신욱은 전반 45분 동안 머리에 볼을 거의 맞히지도 못했다. 오히려 굼뜬 플레이와 좁은 활동폭 때문에 상대 수비진을 전혀 흔들지 못했다. 전반 동안 박지성,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이청용(볼턴)이 문전을 돌파하는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 대신 지동원을 넣었고 김보경 대신 손흥민(함부르크)을 투입했다. 선발 카드에 대해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후반 들어 한국의 플레이는 많이 활발해졌다. 조 감독이 지동원, 손흥민에 이어 유병수(인천), 구자철(제주) 등 공격요원들을 대거 투입한 결과다.

골도 교체된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한국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던 후반 37분. 구자철이 문전으로 패스한 볼을 문전에 있는 유병수가 받았고 유병수는 오른쪽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지동원에게 땅볼패스를 찔러줬다. 지동원은 침착한 볼 컨트롤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정확한 왼발슈팅으로 골을 뽑았다. 최근 한국의 A매치 2경기 연속 무득점을 끊는 골이었다. 한국은 이 골로 승리했지만 공격요원들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어 역습에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18세 어린 나이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쏜살같이 돌파하고 좋은 패스를 주는 등 합격점을 받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연상시키는 빠른 직접 드리블로 프리킥도 얻어냈고 후반 중반 이후에는 슈팅도 2개 날렸다. 공격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수원)는 풀타임 뛰었다. 패스연결도 잘해줬고 수비에서 커버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선발멤버 중 가장 그나마 성공한 카드가 이용래였다.

시리아전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모의고사였다. 한국의 아시안컵 첫 상대는 바레인(10일)이다. 시리아는 지난 11월 바레인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팀. 그런 시리아를 한국이 1-0으로 꺾었으니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장담하기는 힘들게 됐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바레인, 호주, 인도와 차례로 맞붙어 조 2위에 들어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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