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대박에 골든 글러브까지. 박병호(28·넥센)에게 2013년 12월 1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박병호는 이날 아침 목동구장을 찾아 구단과 2014시즌 연봉협상을 했다. 올 시즌 타율 3할1푼8리에 37홈런 115타점으로 2년 연속 홈런·타점 1위에 올랐으며 MVP까지 거머쥔 만큼 연봉 인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관건은 그 폭이 얼마나 되느냐였다.

그런데, 박병호는 구단의 제시액을 듣자마자 곧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정확하게 5억원. 올 시즌 연봉 2억2000만원에서 무려 2억8000만원이 올랐다. 인상률은 127.3%나 됐다.

좋은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후에 열린 2013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박병호는 총 유효표 323표 중 311표를 얻어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중 최다득표의 영광도 안았다. 96.3%의 득표율은 지난 10년간 최고 기록이다.

마침 이날은 박병호와 부인 이지윤 씨의 결혼기념일. 뜻깊은 날에 연봉 대박과 큰 상까지 받았으니 박병호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병호에게 지난 3년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2011년 시즌 중반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될 때만 하더라도 박병호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2년 마침내 풀타임 4번타자가 됐지만 연봉은 6200만원. 하지만 박병호는 불과 2년만에 연봉 5억원대 선수로 우뚝 서는 성공신화를 썼다.

박병호는 “오늘 아침 첫 만남에서 바로 도장을 찍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신기했는데 또 이렇게 많이 올랐다. 연봉이 올라서 기분은 좋지만 책임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즌 후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많은 상금을 받았다. 작년과 올해 다른점이 있다면 올 시즌 받은 상금은 무조건 저축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 관리는 부인 이지윤 씨의 몫이다. 박병호는 “작년에 처음 MVP를 받고 억대 연봉자가 됐는데도 아내가 한 달 용돈을 기름값 포함해 80만원으로 동결했다”며 “2년 연속 MVP를 받았더니 아내가 20만원 인상해줬다. 내년 1월부터는 100만원을 받는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