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26·KIA)이 올해도 조용하게 선행하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제1회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프로야구 레전드 최동원을 기리며 최고의 활약을 한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올해 처음 제정돼 양현종이 그 초대 수상자가 됐다. 양현종은 올해 16승8패 방어율 4.25로 활약했다. KIA는 4강에서 탈락해 하위권으로 처졌지만 양현종의 활약은 빛났다.

이 상을 통해 받은 상금은 2000만원이었다. 양현종은 이 상금 중 절반 이상을 야구 후배들에게 조용히 썼다.

모교인 광주 학강초등학교와 동성중학교, 동성고등학교에 야구공 100박스를 보냈고 양산 원동중학교에 30박스, 경남고등학교에는 40박스를 선물했다. 양산 원동중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폐교될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7월 대통령기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사연으로 알려져있다. 경남고는 최동원의 모교다.

양현종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이런 선물을 보냈다. 뜻밖의 선물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던 원동중학교 최윤현 야구부장이 최동원 기념사업회에 연락해오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양현종은 또 하나의 선행을 준비하고 있다. “선행이라고 하기에 부끄럽다”고 항상 말하지만 올해도 친구들과 함께 자선 일일호프 행사를 연다.

양현종은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청소년대표팀 동기생들과 함께 지난해 일일호프를 개최했다. 1989년생인 김선빈을 제외하고 모두 1988년생 동기들로 이뤄진 당시 대표팀 친구들 중에는 양현종, 김광현, 이재곤처럼 지금 프로야구 스타가 되어있는 친구들도 있고 야구를 그만 둔 친구들도 있다. 이 ‘88둥이’들은 원래 2012년 처음으로 행사를 계획했지만 친구 중 한 명인 이두환(전 KIA)이 행사 전날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슬픔 속에 물거품이 됐다. 친구들은 1년 뒤인 지난해 12월20일 친구 두환이를 기리며 일일호프를 열어 수익금을 이두환의 부모님에게 전했다.

올해도 좋은 뜻을 이어간다. 20일 오후 3시부터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한 주점에서 양현종이 주축이 되어 일일호프와 자선경매 행사를 개최한다.

올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던 양현종은 포스팅 결과에 따른 구단의 반대로 잠시 꿈을 미루게 됐다. 실망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이 겨울, 원래의 ‘미소천사’ 양현종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