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게임’이다.

이천수(28·전남)와 전남 드래곤즈가 극단적인 감정 대립 속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라면 양측 모두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입을 전망이다.

발단은 페예노르트의 이천수 이적 추진이었다. 급전이 필요한 페예노르트가 이천수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 했고, 전남에 불만이 많던 이천수는 이적에 동의했다.

하지만 전개 단계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계약 관계를 종합해보면 이천수는 전남에 3억7500만원의 위약금을 물고 팀을 떠나면 만사 OK였다.

힘든 시기에 자신을 받아준 박항서 감독에게 도의적으로 미안한 부분은 있지만 계약 관계상 전남을 떠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면 계약이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박항서 감독의 믿음을 배신했다” “항명도 모자라 코치와 주먹다짐했다” 등 인신 공격성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꼬였다.

전남도 처음에는 “위약금 문제가 해결되면 대승적 차원에서 이천수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29일 프로축구연맹에 이천수의 임의 탈퇴 공시 요청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전남은 “이천수가 코칭스태프와의 언쟁, 오후 훈련 불참, 감독 지시 불이행 등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 있고 무단으로 이탈했다”며 임의 탈퇴 공시를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27일 구단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벌어진 전남 코칭스태프와 이천수의 몸싸움이 결정적이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이천수도 끝내 폭발했다.

이천수는 28일 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스포츠칸’을 만나 “모든 걸 공개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참아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이천수는 “내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매를 맞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는 전남과 일부 언론의 얘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모든 걸 공개해 누가 어떤 점에서 잘못이 있는지 확실히 가리고 싶다”고 직접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감정적으로 전남에 억울하고 섭섭한 일이 많은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이천수의 사우디 알 나스르 이적이라는 짧은 얘기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어디서부턴가 얽히고 설키면서 사연이 많아졌고 극단적 충돌이라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계약상 이천수는 알 나르스 이적 절차를 밟기 위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출국하면 그만이다. 임의 탈퇴 공시가 결정된다 해도 알 나스르 이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고향’ K리그에서 뛰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남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계약 관계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일 처리 또한 미숙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와 전남 모두 상처를 받는 ‘치킨게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제나 반전은 있다.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오해는 풀 수 있는 극적인 대전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