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온천지가 눈이다. 새해 출근 첫날인 4일 서울에는 기상청 관측 사상(1937년 이래)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결항, 버스·열차 지연, 각종 교통사고, 시설물 붕괴, 고립 등 온통 난리가 났다. 이번 같은 폭설에는 추위에 강하고 다리힘만 좋다고 살아날 수 없다. 영리하게 알아야 살아 남는다. 폭설로 인해 빚어지는 각종 사고나 예약 취소 등에 따라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럴 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고 생존해야 할까…. 100년 만의 폭설에서 살아남기 A~Z를 가이드한다.

▲자기집 앞 눈 안치우면 주인 책임=자기 집이나 점포 앞 눈을 치우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서울시 등의 조례에 따르면 눈이 내릴 경우 눈이 그친 때로부터 4시간 이내에, 밤에 눈이 내리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눈을 치워야 하지만 하루에 눈이 10㎝ 이상 내릴 경우에는 24시간 이내에 치워야 한다. 자기 집의 경우는 출입문 앞 폭 1m, 점포주는 건물 경계 주변 폭 1m의 눈을 치워야 한다.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에 살 때는 소유자에게 눈을 치워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살지 않을 때에는 건물의 현재 점유자나 관리자에게 책임이 있다. 간선도로 주변에 있는 건물의 경우 건물 경계선을 둘러싼 보도에 있는 눈을 다 치워야 한다. 눈을 치우지 않아도 처벌은 안 받는다. 그러나 눈을 치우지 않아 행인이 미끄러져 다쳤을 경우, 행인이 눈을 치우지 않은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천재지변일 경우 지각·결근 면책=행정안전부는 "폭설은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 판단돼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지각 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날 지각·결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관리능력 밖의 재해를 말하는데 사실 그 기준이 애매하다. 더구나 재해는 기상청에서 예보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대비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상청에서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일찍 출근하거나 전날 준비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동등한 대접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폭설로 인한 여행 취소는 누구 책임=지금까지는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 대세다. 따라서 예약한 사람은 여행사 또는 항공사로부터 사전에 입금한 여행비를 전액 환불받으면 된다. 혹시 환불받기 싫다면 날짜를 바꿔 여행을 가면 된다.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될 경우도 항공사나 공항, 여행사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두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를 달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 후 돌아오는 비행기가 폭설로 인해 결항되면 이때 제주도에서 체류 비용은 모두 여행자 자신이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폭설의 경우처럼 인천국제공항은 문제가 없는데 김포공항이 폐쇄됐다면 김포공항이 제설작업을 게을리 했을 가능성이 크다. 

▲천재지변으로 면피 안돼=그동안 폭설의 경우 도로·철도·공항 관리자는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면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때는 도로공사, 철도공사, 공항공사 등 도로 관리자가 실수 없이 최선을 다했을 경우다. 2004년 3월5일 대전에 49㎝의 폭설이 내렸다. 그러나 당시 건설교통부 상황실, 도로공사 상황실, 경찰 고속도로순찰대 상황실 등은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에 고속도로에 갇혀 밤을 뜬눈으로 보낸 피해자 중 244명이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관리 잘못으로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국도로공사는 천재지변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고립 피해자들에 대해 고립 시간별로 1인당 12시간 미만은 35만원, 12~24시간까지는 40만원 등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처럼 안전장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도로 관리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 시내버스는 환불=서울시는 폭설로 대중교통 환승 할인을 받지 못한 승객에 대해서는 환불해 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4일 "폭설로 버스나 지하철을 제때 갈아타지 못해 대중교통 환승 할인 시간인 30분을 넘겨 할인받지 못한 승객에 대해 환불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환승 할인을 받지 못한 승객은 스마트카드나 서울시 다산 콜센터(120)로 전화하면 서울시는 후불카드에는 초과 금액을 청구하지 않고 선불카드는 결제 계좌로 돈을 입금해줄 예정이다. 

폭설로 인해 환승이 늦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은 없으며, 서울시가 민원인이 당시 처한 상황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환불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천재지변이지만 환불해준다는 것은 혹시 서울시가 제설작업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은 아닐까? 

▲폭설 시설물 붕괴 소유자 관리책임=폭설로 각종 시설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기본적으로 소유자에게 책임이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시멘트제조업체 A사 공장 시설물 지붕 밑에서 폭설을 피하던 근로자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진 지붕에 깔린 사고와 관련, '지붕 붕괴는 자연의 힘과 더불어 구조물 부실이 원인으로 작용했으므로 공장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농·어업시설 피해시 복구비 보상=폭설로 비닐하우스나 어업시설이 무너진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연재해대책법 등에 따라 보상하고 있다. 따라서 폭설로 인한 피해를 전과 후로 나눠 꼼꼼히 기록해 둬야 한다. 하지만 비닐하우스가 주저앉더라도 농작물과 비닐하우스 재건비용을 다 지원하지 않는다.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자연재해로 인한 파괴의 경우 긴급 구호차원에서 복구비, 파종비 등을 소액만 보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