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경정선수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미사리 경정장에서 박하선이 지난해 상금왕 길현태(1기), 첫 여성기수(3기)를 대표하는 박정아 등 스타 경정선수를 만나 얘기를 하자 두 직업 사이에 은근히 공통점이 많았다.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다. 배우는 감정 연기를 위해 예민할 뿐 아니라 평소 팬들의 반응에 따라 힘을 얻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경정선수들은 경기 승패의 중요한 분수령인 ‘플라잉스타트’에 대한 압박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스스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슬럼프에 빠진다.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 공통점은 ‘외로운 직업’이라는 것이다. 배우는 작품을 하는 동안은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데다 감정 몰입을 위해 쉬는 날에도 최대한 외출을 삼가기 때문이다. 경정선수들도 공정한 경기를 위해 경기 전날부터 3일 동안 합숙소에 머물며 휴대전화는 물론 외부와 연락을 끊는다. 때문에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인기 유지 및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다. 배우는 대중에게, 경정선수는 승리를 위해 자신을 채찍질을 하기 마련이다. 함께 하는 동료와 선후배 배우 혹은 선수들과 친분을 유지하면서도 늘 경쟁 상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도 심적 부담이 크다. 이구동성으로 “욕심을 버리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없어도 안된다”며 “최선을 다하되 최대한 욕심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자”고 약속했다.

예정됐던 1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이야기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듣고서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하루 동안 경정장을 돌아본 박하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기분전환을 위해 찾은 경정장이지만 오히려 예상 밖의 큰  소득을 얻었다는 뿌듯함의 표현이었다. 박하선은 “경정장은 경기를 즐기는 관람객들과 공정한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삶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