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 속 서지우는 시쳇말로 ‘찌질’하다. 스승인 시인 이적요의 재능을 질투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문학적 소질에 대한 갈망도 있다. 당연히 욕망이 큰 만큼 절망도 많다.

서지우를 연기한 김무열(30)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서지우가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서지우라는 인물에 감이 안잡혔는데 작가님께서 ‘젊은 예인은 모두 서지우’라고 말해주셨어요. 연기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선배 배우들의 인생을 이겨낼 수 없잖아요. 겉으로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 누구나 서지우가 느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우 감독은 김무열에게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어보라고 권했다.

“12시가 다된 늦은 시간에 감독님께서 꼭 촬영 전에 들어봤으면 한다고 음원을 보냈어요. 익숙한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감독님이 점점 멀게 느껴지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여러 번 듣다보니까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표범처럼 우주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었어요. 추운 꼭대기에서 아무도 없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서지우의 외로움의 본연을 들여다보게 됐죠.”

영화 <은교>를 본 후에도 서지우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가 컸는데 막상 <은교>를 보니 연기가 너무 후져보여서 배우 김무열에게는 별 5개 만점 중에 1개 반을 줬다”고 했다.

하지만 김무열의 겸손과는 달리, 원작자인 소설가 박범신은 “자신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걸 잡아낸 영화 속 두 대목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서지우가 자동차 사고로 벼랑에서 떨어질 때 클로즈업 된 표정이다. 김무열은 “소설가이신 어머니(박민형 작가) 덕분에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다”고 겸연쩍어 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큰 세트를 만들었는데, 제가 차를 타면 계속 차체가 빙빙 돌았어요. 빙빙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틀간 밤을 새면서 수많은 표정을 연기했는데, 아 내가 정말 영화를 찍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에서 김무열은 극중 여고생 ‘은교’역을 맡은 김고은과 정사신을 펼친다. 노출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나를 던지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국대학의 연극영화과의 수업 중에는 전라로 캠퍼스를 뛰는 과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자신을 깨고 대중 앞에 던지는 느낌이겠죠. 연기를 시작하면 배우의 몸은 내 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김무열은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스> <쓰릴미> 등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 스크린에 진출했다. <작전>(2009)에서는 비열한 악역 ‘조민형’으로, 지난해 <최종병기 활>에서는 순정을 지키는 ‘서군’으로 분했다. 처음엔 카메라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스태프들과 손발을 맞추며 한 팀이 되는 ‘영화판’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술을 매개로 연기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재밌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술을 마시고 술 마신 깊어진 밤 네가 자꾸 생각난다’는 내용의 글을 윤승아의 트위터에 올렸다 열애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다.“취중진담이라고들 하시는데 사실 그땐 맥주 두잔 밖에 안마셨을 때에요. 제 주량(소주 2병)에는 한 참 못 미치죠. 윤승아씨만 볼 수 있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는데 잘못 올렸고, 바로 지웠는데 누군가 보시고 캡쳐를 해두셨어요. 신기한 건 글을 올린 후 3개월이 지나고 캡쳐된 사진을 공개하신 건데, 갑자기 알려져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연애에 집중된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 감사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앞으로도 사람 속에서 연기를 담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데뷔 초기에 커피숍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사장 노동 일도 했어요. 요즘에도 평소엔 트레이닝복을 입고 편하게 다녀요. 배우는 삶 속에서 연기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중들과 단절하면서 경험들을 제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연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