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세계인의 야구 축제, 야구의 월드컵을 지향점으로 삼아 출발했다.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국적을 떠나 조부모, 부모의 조국을 대표해 뛰는 WBC는 선수들의 기량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빅리그 진출의 등용문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009년 대회에서는 김태균(한화), 이범호(KIA)가 수혜자가 돼 일본 무대를 밟았다. 일본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가 선발 등판한 2일 일본-브라질전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무려 30명이나 찾기도 했다.

올 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화두도 해외 진출이다. 추신수(신시내티), 류현진(LA다저스) 등 메이저리거들의 출전은 무산됐지만 향후 1∼2년 내에 해외 진출 또는 FA자격을 얻게 되는 선수들이 무려 9명이나 돼 전력 외 ‘FA효과’가 기대됐다.

가장 시선을 집중시킨 선수는 대표팀 마운드 간판인 윤석민(KIA)과 오승환(삼성)이다. 시즌 뒤 FA가 되는 윤석민은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류현진과 같은 스콧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오승환은 대졸 8년차 FA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1라운드에서 둘의 희비는 엇갈렸다.

윤석민은 지난 2일 네덜란드전에 선발로 나서 4.1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내야진의 실책에 고전한 부분도 있지만 몸이 덜 풀린 듯 구위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반대로 2경기 모두 마무리로 나서 1.2이닝 동안 4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은 오승환의 주가는 급상승 중이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5일 ‘한국의 보물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지도 모른다’며 한신이 오승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내용도 꽤 구체적이다. 이 신문은 오승환에 대해 “최근 두 시즌 세이브왕에 오른 오승환은 과거 주니치에서 뛴 선동열(KIA 감독)을 뛰어넘는 마무리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하며 “지난 오프시즌에 개인적으로 일본에 방문한 오승환이 주니치, 오릭스, 라쿠텐 등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며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전했다.

1·2회 대회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선수들을 보면 거포보다 이치로 같은 선수들이 성공했다. 우리도 결국 발 빠르고 어깨 좋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예비 FA’ 이용규(KIA)가 그 첫 케이스가 될 후보다. 이용규는 호주전까지 5타수2안타에 볼넷 4개를 얻어내면서 절정의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과시했다.

유일한 해외파 이대호(오릭스) 역시 대표팀 출정식 기자회견에서 “나도 FA다”며 시즌 뒤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나는 것을 알리며 WBC에 임하는 각오를 넌지시 내비쳤다. 그러나 아직까지 강렬한 임팩트는 없다.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이대호는 4일 호주전에서 3안타를 몰아쳤지만 화끈한 장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편 1회 WBC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았던 이승엽(삼성)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일본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어 시선을 끈다. 이승엽은 2차전 호주전에서 2루타 2개로 승리를 이끌었다. ‘스포츠닛폰’이 “37세 이승엽이 한국을 구했다”고 전하는 등 이승엽의 국제무대 위상은 변치 않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