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유치와 관련한 해프닝이 있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한국야구 발전포럼’에서 대구시 체육시설 담당 사무관이 야구 전용구장 건립방안을 발표하면서 2013년 제3회 WBC를 유치할 뜻을 밝혔다. 관련 내용은 곧바로 보도됐으나 대구시는 하루 만에 엉뚱한 발표를 했다. “WBC 발언은 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2013년 WBC는 지금 진행 중이지만 WBC 한국 개최는 여전히 기약이 없다.

WBC는 축구 월드컵과 달리 미국에서 본선 라운드를 치르기에 앞서 지역에서 예선 라운드를 진행한다. 아시아는 1·2회 대회땐 일본 도쿄에서 예선라운드를 벌였고, 이번 3회 대회에는 대만이 가세해 대만 타이중과 일본 후쿠오카 등지에서 대회를 시작했다.

일본이 아시아라운드를 독점할 때는 그저 당연시됐던 것들이 이번에는 달리 여겨지고 있다. 대만까지 나서 야구 도시 타이중에 대회를 유치하면서 한국은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있다. 홈팀과 달리 낯선 곳에 가서 2주 이상 현지적응 겸 전지훈련을 해야하는 마이너스 요인도 새삼 제기됐다.

아시아 야구 3국 가운데 WBC 유치 경험이 없는 곳은 이제 한국뿐이다. 사실, 대회 개최시기인 3월 초의 계절적 특성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면 돔구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았다. KBO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이번 대회에도 추진 의지는 있었다. 하지만 국내 날씨 문제가 있어 돔구장과 같은 시설이 따라줘야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고척돔도 고려 대상이었다. 그러나 완공 시기가 올해 말인 데다 수용 규모도 2만 명 남짓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더구나 500대로 한정된 주차장 등 제반 시설까지 감안하면 국제대회 개최 구장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그럼에도 KBO는 이번 WBC를 계기로 대회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1라운드를 치르며 경기력 측면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WBC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KBO 단독 노력으론 어렵다. 대만이 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정부와 해당 시의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한국 또한 그 같은 협조가 필요하다.
안방에서 WBC가 열릴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