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6825t급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은 ‘갑작스러운 항로 변경을 위한 급조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7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선장 이모씨(60)와 승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결과 6800t이 넘는 세월호는 어이없게도 급속한 방향 전환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무너져 버린 ‘변침’이 침몰 원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선체 움직임으로 내부에 결박돼 있던 컨테이너를 비롯한 각종 무거운 화물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리면서 순간적으로 세월호가 중심을 잃고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코너링을 하면 자동차가 전복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남은 분과 떠난 비겁자

세월호 승무원 고 박지영씨(22)의 살신성인 모습이 누리꾼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박씨는 세월호 침몰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김모 학생은 “3층 로비에서 언니(박지영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전해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언니는 구명조끼 안 입어요?’라고 묻는 여학생에게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다 구하고 나는 나중에 나갈게’라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에 대해 누리꾼들은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챙기다 숨진 겨우 스물두 살의 박지영씨. 정규직도 아닌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알바생이…”라며 침통함을 전했다. 반면 배와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장과 항해사 등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 배를 들어서 구하면 안 돼?

에어포켓이 마지막 ‘숨통’으로 알려지면서 ‘산소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배를 들어서 사람을 구할 수 없느냐’고 안타까움을 전하는 누리꾼들도 많다. 하지만 ‘세월호’를 완전 인양하는 데는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선체 규모가 크고, 인양 크레인이 사고 발생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신속한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다. 세월호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천암함을 ‘완전 인양’하는 데도 30일이 걸렸다. 선체를 ‘번쩍 들어올려’ 안에 갇힌 생존자들을 꺼내고픈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깥에서 구멍을 내고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구조팀들이 선체를 망치로 두들기는 등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고, 만약 구멍을 내면 공기가 빠지면서 배가 급격히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평시에 일어난 최악의 사건

CNN 등 해외 언론들도 연이틀 세월호 침몰 사고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애도했다.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이 학생인 데다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큰 때문이다.

CNN은 세월호 사고로 실종자가 엄청나게 많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 당국의 수색·구조 작업을 보도했다. CNN은 미국 해군의 발표를 인용해 미국 해군 상륙강습함 ‘본험리차드호’가 사고 현장에 투입돼 구조 작업을 돕고 있다는 등 세월호 사고를 자세히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전시가 아닌 평시에 발생한 사고 가운데 최악이 될 것 같다”고 사고의 심각함을 전했다.

이 밖에 영국 ‘BBC’와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 ‘CCTV’도 실시간으로 구조자 집계를 보도하는 등 전 세계가 세월호 침몰과 승객 구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한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 부근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87척과 민간 선박 등 170여 척의 배가 실종자를 찾고 있다. 항공기 29대, 헬기 18대, 민간 잠수부를 포함해 550여 명의 잠수 인력이 동원돼 필사적인 구조작업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17일 22시 현재 282명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