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를 보낸 류현진(27·LA 다저스)은 상대 투수를 당혹스럽게 만든 투수였다. 타자로서 류현진은 27경기에서 타율 2할7푼(58타수 12안타)에 5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2할9푼3리로 3할에 육박했다.

그런데 류현진이 23일 필라델피아전에서는 상대 투수의 타격감에 당황했다. 상대 선발 A J버넷이 9번타자로 의외의 복병 역할을 하며 류현진의 4승 달성을 막았다.

이날 필라델피아 타선은 전반적으로 류현진에게 수월한 편이었다. 류현진을 상대로 4타수 2안타(2홈런)를 때리며 강한 면모를 보였던 2루수 체이스 어틀리가 휴식 차원에서 결장했기 때문이다. 어틀리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타율(0.391) 2위, 장타율 3위(0.652)를 달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천적’을 피한 대신 ‘복병’ 버넷을 만났다. 1977년생 노장 투수인 버넷은 그간 타자로는 강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98경기의 타율이 고작 1할1푼1리(397타수 44안타)이고 타점은 13점 뿐이었다. 올 시즌 타격 성적도 6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그런 버넷이 류현진을 상대로 3차례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3회 첫 타석에 선 버넷은 류현진에게서 2구째 140㎞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0-0이던 5회에도 선두타자로 들어서 류현진의 3구째 143㎞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다. 이 안타는 류현진의 첫 실점의 빌미가 됐다. 류현진은 1번 벤 리비어, 3번 말론 버드에게 각각 우전 안타, 좌전 2루타를 맞았고 버넷은 홈까지 밟아 선제 득점을 올렸다.

1-2로 뒤진 6회초 2사 때 3번째로 류현진과 맞선 버넷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골라낸 뒤 또다시 143㎞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았다. 류현진은 헛웃음을 지었고 1루로 출루한 버넷도 자신의 타격감에 놀랐는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한 경기 3안타는 버넷의 생애 첫 기록이다.

류현진은 버넷을 상대로 고전하는 바람에 경기 중반 투구 수를 급격히 늘렸고 그 부담 때문에 6이닝으로 투구를 마감했다.

버넷은 마운드에서도 6.2이닝 6안타 2실점으로 선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