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SPN이 지난 22일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크게 실패한 10개 팀을 선정하면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의 한국을 10위로 꼽았다.

ESPN은 “순위 내 다른 팀은 기대와 달리 성적이 저조했던 팀을 뽑았다”며 “한국은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역대 월드컵 출전국 중 가장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제외할 수 없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1954년 대회 때 한국은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한 네덜란드령 동인도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참패해 수준 차이를 드러냈다. 한국은 조별리그 2경기 만에 탈락해 마지막 서독전은 치러 보지도 못하고 짐을 쌌다.

ESPN은 “한국 입장에서는 조별리그 2경기만 치른 게 차라리 다행스러웠다”며 “더 많은 경기를 했다면 더 큰 창피를 당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당시 한국은 비행기 문제로 선수단 절반이 헝가리전 전날 밤에야 스위스에 도착했다”며 “그 점을 감안하면 0-9보다 더 참혹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SPN이 선정한 순위에서 전체 1위의 불명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프랑스가 차지했다. 직전 대회인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프랑스는 2002년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조기 탈락했다. 이 외에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선수가 귀국 후 살해당했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때의 콜롬비아(4위)와 북한에 지는 바람에 8강 진출에 실패했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의 이탈리아(6위) 등도 순위 안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