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LA 다저스)이 마치 ‘데칼코마니’ 같은 전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전반기 동안 7승3패, 방어율 3.09를 기록했다. 올 시즌 10승4패, 방어율 3.44와 조금 차이가 나는 기록이지만 세부 기록이 기막힐 정도로 닮았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전반기 107안타와 42실점(40자책)을 허용하고 삼진 93개를 잡아냈다. 올 시즌에는 108안타를 맞았고, 43실점에 40자책점을 기록했다. 삼진 숫자는 지난 시즌 전반기와 똑같은 93개를 잡아냈다. 안타 수에서만 1개가 차이날 뿐, 자책점과 삼진 숫자가 똑같았다.

비슷한 안타 수와 비슷한 자책점이지만 방어율에서는 오히려 지난 시즌 전반기가 3.09로 올 시즌 3.44에 비해 더 좋았다. 그런데 승리는 올 시즌에 3승이 더 많아진 10승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한 시즌을 치르면서 그만큼 ‘싸울 줄 알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류현진은 상대 선발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고,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법을 터득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도 상대 선발 타이슨 로스는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지만 류현진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이었던 2회초 다저스 타선이 무사 1·3루에서 무득점으로 그쳤는데도 류현진은 흔들림없이 상대 타자들을 잡아 나갔다. 무실점으로 버텨낸 끝에 타선이 딱 1점을 더 뽑았고, 결국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류현진이 더욱 싸움에 노련해질 수 있었던 요인은 역시 제구력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전반기 39개의 볼넷과 10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올 시즌 전반기 동안 볼넷을 겨우 21개만 내줬다. 홈런은 7개만 허용했다. ‘노련한 싸움꾼’으로 진화한 류현진의 후반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