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국가대표 사재혁(28·제주도청)의 선수 생활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하는 팔꿈치와 어깨가 성할 날이 없었다. 6번의 수술을 했다. 재수술까지 포함하면 총 7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아픔과 좌절이 그의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바벨을 잡았다. 20일 태릉선수촌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 모습을 드러낸 사재혁은 재기의 각오가 대단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인 명예회복을 노리고 싶다. 실추된 역도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냉정히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사재혁은 올림픽 2연패의 부푼 꿈을 안고 나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다시 상상하기도 싫은 큰 부상을 당했다. 남자 77㎏급에 출전한 그는 인상 2차시기에서 162㎏을 들다 오른팔이 꺾이면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사재혁의 비명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또 수술대에 오른 사재혁의 역도 인생은 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몇 개월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부상의 공포를 딛고 다시 몸을 만드는 과정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묵묵히 해냈다. 이형근 감독은 “보통 선수라면 포기했을 것이다. 정말 독하다. 분명한 목표가 있었으니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재혁은 “런던올림픽 이후에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회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앉은 것만으로 영광으로 알고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부상 얘기를 할땐 잠시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지만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앞만 보고 있다.

사재혁은 부상에서 돌아온 지난해 전국체전 3관왕에 오른 뒤 또 다른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기존의 77㎏급에서 85㎏급으로 한 체급 올렸다. 감량의 고통을 벗어난 몸으로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통큰 결단을 내렸다.

사재혁은 지난 6월 열린 역도선수권대회 일반부 85㎏급에서 인상 166㎏·용상 202㎏·합계 368㎏으로 3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체급에서도 연착륙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란 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려면 380㎏ 정도는 들어야 한다. 이형근 감독은 “최근 연습 기록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면서 “살만 잘 찌우고 컨디션을 올린다면 충분히 금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체중을 늘리는게 급선무다. 사재혁은 살을 찌우기 위해 특식과 간식을 많이 먹는데도 체중이 아직 82~83㎏ 사이를 오간다. 사재혁은 “살을 찌우려고 고생했던 장미란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살을 찌우고 컨디션 관리만 잘 한다면 인천 대회 기록은 분명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사재혁은 첫 아시안게임에서 감동의 복귀 신고를 꿈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