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대회들과 다르지 않았다. 박태환(25·인천시청)은 언제나 처럼 머리에 헤드폰을 쓴 채 입장했다. 스타팅 블록 앞에 서서 언제나 처럼 수건으로 스타팅 블록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왼쪽 양말 부터 시작해 천천히 옷을 벗었다. 두 손을 뒤로 돌려 깎지를 꼈고, 잠시 후 두 팔을 빙빙 크게 돌렸다. 웃옷을 벗은 뒤 다시 한 번 팔을 빙빙 돌렸다. 두 손으로 양쪽 가슴과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스타팅 블록에 올라섰다.

출발 신호가 울렸고, 힘차게 뛰어들었다. 똑같이 1분40여초가 흐른 뒤, 앞서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온 힘을 다했지만, 터치패드를 찍은 것은 앞선 두 대회처럼 맨 처음이 아니라 3번째였다. 제이름을 딴, 박태환 수영장에서 21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박태환은 1분45초85로 동메달을 땄다. 1위는 새롭게 떠오른 히가노 고스케(일본·1분45초23)에게 돌아갔다. 2위는 쑨양(중국·1분45초28)이었다.

평소 약하다고 여겼던 100~150m 승부는 완벽에 가까웠다. 쑨양이 스퍼트를 내기 시작하자 박태환이 곧장 따라붙었다. 150m 지점을 2위로 통과했지만 구간 기록은 26초93으로 가장 빨랐다.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같은 구간 기록 26초64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15m를 넘어서지 못했다. 박태환은 “마지막 15m에서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결국 히가노에게도, 쑨양에게도 뒤졌고 3위로 골인했다.

박태환에게는 200m의 거리, 그동안의 훈련량,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 무엇보다 넘고 싶었던 자신의 기록들이 모두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 ‘당연한 금메달’이라는 무게가 더욱 어깨를 짓눌렀다. 박태환은 “아무리 귀를 막아도 ‘3연패’라는 단어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고 웃으며 “게다가 자랑은 아니지만 제 이름을 딴 수영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컸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 박태환은 경기 직후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내 숨을 몰아쉬었을 정도로 온 힘을 다 뺐다. 박태환은 “메달 색깔도 색깔이지만 좋은 기록 못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아, 왜 이렇게 힘들지”라며 애써 웃었다.

박태환은 비록 목표했던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동메달 1개를 추가함으로써 아시안게임에서만 15개째 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 중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타이 기록(박병택·사격·18개)에 이제 3개를 남겨뒀다.

첫 종목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소중한 동메달을 더했다. 아직 레이스는 남았다. 박태환은 “일단 내일 하루 푹 쉰 뒤 400m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