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5·인천시청)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21일 제 이름을 딴 박태환 수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 박태환은 “아,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러웠나봐요”라며 애써 웃었다. 실망이라기 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환은 “이제 말씀드리지만 솔직히 오후 훈련에서 몸을 풀 때 지쳐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3연패’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박태환 주변을 맴돌았다. 박태환도 “솔직히 하고 싶었다”고 했다.

200m를 앞두고 따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한 번 밀어부쳐 보자’는 게 전략의 전부였다. 박태환은 “3번째 구간(100~150m)에서 쑨양이 치고 나가더라, 그래서 저도 밀리지 않고 따라붙었다. 마지막 15m 까지는 잘 했는데…”라고 했다.

그 마지막 15m에서 히가노 고스케(일본), 쑨양(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3위였던 히가노가 거세게 치고 나가면서 박태환과 쑨양을 모두 제쳤다. 박태환의 수영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박태환은 “정말, 마지막 15m에서는 팔다리가 안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라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날씨도 덥고 조금 힘들었다”며 웃었다.

결국, 동메달. 박태환은 “주변의 응원과 3연패에 대한 욕심이 무게감으로 느껴졌다. 그 무게감을 마지막 터치패드 찍기 전에 이겨내려고 했지만 몸이 안 따라주더라”라고 말했다.

이미 끝난 경기, 후회 보다는 다음 경기를 향한 밑거름으로 삼는다. 박태환은 “이 시합 위해서 전담팀과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잇었던 것 같다.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수영선수가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영 선배다. 박태환은 “하기노 선수는 첫 금이고 쑨양도 잘했다. 이들 3명의 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