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LG는 지난 아픔을 모두 날려버린다.

LG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힐링’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1승을 거두고 충격 속에 탈락한 지난해 플레이오프의 아픔을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온전히 털어내고 있다. 그동안 부진해 기를 펴지 못하던 선수들은 준플레이오프 단 두 경기를 통해 가슴을 활짝 펴고 있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LG는 전력상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3위를 유지한 NC와 잘 해야 팽팽하거나 아니면 버거운 승부를 벌일 줄 알았다. 그러나 1차전 13-4 압승에 이어 2차전에서는 투·타 완벽한 조합으로 4-2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와 너무도 다르다.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 접전을 치르고 올라온 두산을 여유 속에 만났다. 그러나 2차전 승리가 유일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 하는 기쁨은 잠시, 두산에 1승3패로 져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줬다.

너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간 어색함과 긴장감은 2년 연속 올라간 이번 가을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가을야구 신인 NC를 원정지에서 압도하고 플레이오프 희망을 키우고 있다.

단 두 경기만 치렀는데도 대변신한 선수들이 줄줄이 나와 이 가을 마음의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다.

베테랑 내야수인데도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반복해 고개들지 못한 정성훈은 톱타자로 변신한 이번 가을에는 당당할 수 있다. 2경기에서 10타수3안타 1타점 2득점, 특히 2차전에서는 1회초 선두 타자 홈런으로 상대 선발 에릭을 울리며 출발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과감한 베이스러닝은 다른 팀 톱타자에 비해 처진다. 처음에 맡기면서 걱정했던 점이다. 하지만 찬스를 낚아채는 능력은 9개 팀 톱타자 중 최고”라고 정성훈을 콕 집어 칭찬했다.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는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대변신했다. 지난 7월 대체 용병으로 입단한 스나이더는 타율 2할1푼에 4홈런 17타점에 머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워낙 떨어진다며 2군에 가있기도 했다. 그러나 2군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시력 교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콘택트렌즈를 교체한 스나이더는 장타 욕심을 버리고 맞히는 데 집중해 스윙 스피드를 키웠다. 2군에서 노력한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는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8타수4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2차전 쐐기 2점 홈런으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차가운 시선을 느꼈던 시즌 중의 아픔을 모두 털어냈다.

포수 최경철은 올 가을 그 유명한 ‘미친 사나이’가 돼 있다. 1차전 3점 홈런을 포함해 2경기에서 8타수4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인 적 없던 10년의 무명 설움을 떨치고 처음 주전 마스크를 쓰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스타 후보로 강력하게 올라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