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이길 것으로 예상한 경기에서 원하던 작전을 사용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위기에 몰렸다.

FC서울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성남FC에 2-4로 패했다. 서울에게 이번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으로 뼈아프다.

지난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찾아온 FA컵 정상의 문턱에서 놓친 아쉬움은 이루 말할 것이 없다. 또 손쉽게 따낼 것 같았던 내년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도 자칫하면 놓칠 처지가 됐다. 패배의 아픔이 더욱 쓰라리다.

경기 후 최용수 서울 감독은 풀이 잔뜩 죽은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최 감독은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잠시 대답을 머뭇거린 최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내가 아직 조금 부족했고 마지막 선택에서 미숙했다. 모든 게 끝났지만 오늘의 이런 실패가 좀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서울이 이길 것으로 여겼던 경기에서 당한 패배의 충격은 컸다. 승부차기를 대비한 비장의 무기를 쓰고도 패했기에 아픔은 두 배로 크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연장 후반 27분에 골키퍼 김용대 대신 유상훈을 교체 투입했다. 승부차기를 위한 승부수였다. FA컵 16강전에서 포항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둘때 주역이었던 유상훈의 선방을 믿고 교체 카드 한장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작전은 실패였다. 유상훈은 성남의 킥을 하나도 막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정규시간에 더 공격적인 교체 카드로 승부를 보는 게 나을 뻔했다. 최 감독도 “상대도, 우리도 소극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면서 승부수를 못 띄웠다. 승부차기까지 생각했는데 이런 선택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FA컵 우승 실패로 내년 시즌 ACL 티켓 확보에 실패한 서울은 이제 벼랑 끝 승부에 내몰렸다. 0.5장인 내년 ACL 티켓을 따려면 리그 3위를 차지하는 길밖에 없다. 4위 서울(승점 54)은 3위 포항(승점 57)에 승점 3점이 뒤진 가운데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당장 26일 포항과 홈에서 맞대결을 치른다. 그야말로 ‘단두대 매치’가 됐다. 그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3위를 노릴 수 있다. 게다가 리그 마지막 경기도 3위 꿈을 포기하지 않은 5위 제주와의 맞대결이라 험난할 게 분명하다.

최 감독은 “이 분위기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포항전까지 빨리 추슬러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