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들의 아시안컵은 8강에서 끝났죠, 하지만 선수들의 아시안컵은 정상까지 향할 겁니다.”

대한축구협회가 2015 호주 아시안컵에 파견했던 심판들(김종혁 주심·정해상 부심·윤광열 부심)이 25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남긴 말이다. 대회 내내 한국 축구의 명예를 걸고 휘슬을 불었던 그라운드의 포청천들은 지난 22일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2-0으로 이겨 준결승에 오르면서 남은 경기 심판 배정에서 제외됐다.

휘슬을 못 불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 심판들은 조별리그에서 앙숙지간인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C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의 경기(D조 2차전)를 무난하게 수행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저 심판은 모국 대표팀의 경기나 그 경기와 관련된 경기를 맡을 수 없어 생긴 결과일 따름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개최국 호주와 중국의 8강전을 한국 심판들에게 맡긴 것도 이들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회부터 3회 연속 아시안컵 심판으로 나선 정해상 부심은 “사실 아시안컵에선 한국이 4강까지 오르지 못할 일이 없으니 8강 이상 심판을 맡아본 적이 없다”며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아시안컵은 여기서 끝났지만, 선수들의 아시안컵은 이제 시작이다. 우린 한국에서 우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 김종혁 주심도 “AFC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심판들에게 최고점을 매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심판들은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측면을 높게 평가받았다. 매끄러운 운영이 돋보였다. 경기당 평균 1.75장의 옐로 카드만 꺼내면서도 부상 등이 없었다. 중동 선수들 특유의 과장된 동작에 속지 않고, 미리 구두 경고를 주면서 경기를 풀어간 덕이다. 김종혁 주심은 “아시안컵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011년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활동하면서 중동 선수들의 습관을 이미 파악했기에 가능했다”고 활짝 웃었다. 여기에 현역 선수들을 웃도는 활동량이 박수갈채를 받았다. 심판들은 매 경기 평균 12km에 가깝게 뛰었는데, 과거 박지성이 소화하던 활동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중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인 윤광열 부심이 이 부분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윤광열 부심은 “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 아직 설익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정해상 부심은 “AFC도 윤광열 부심의 활동량에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고 귀띔했다.

심판들은 아시안컵의 성과를 발판으로 월드컵 심판이라는 또 다른 꿈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선 한 명의 한국인 심판도 배출하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과거 남아공월드컵에서 깃발을 높이 들었던 정해상 부심은 “브라질에선 후보조차 한 명도 내지 못했지만, 러시아 대회에선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김종혁 주심과 윤광열 부심 등과 함께 러시아월드컵 지역예선부터 호흡을 맞추며 본선 심판의 꿈을 키워갈 계획이다. 정해상 부심은 “우리 심판들이 아시아에 배정되는 월드컵 심판 후보 8인조에 포함되는 것은 99% 유력하다”며 “앞으로도 심판의 능력을 키워가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