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중국 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산 게임의 수준이 과거와 달라진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게임산업에는 위기입니다.”

지난 지스타 기간, 일부 게임사 대표들이 “중국 정부의 판호 문제가 내년 초부터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놨다. 2년 가까이 꿈쩍 않는 중국시장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는 모처럼만의 긍정적 신호는 업계를 반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장목환 오르고소프트 대표의 판단은 달랐다.

“글쎄요…. 지스타 기간 중 만나본 중국 업체들의 분위기는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판호 문제나 셧다운제 등 자국 정부의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오히려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더군요.”

개인의 판단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다른 국가 업체들과의 미팅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적극성은 단연 화제였다는 설명이다.

“일본, 동남아, 러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 업체들과 만났는데, 한결같이 중국 업체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구체적이어서 놀랐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중국 쪽의 적극적인 대시는 오르고소프트처럼 서비스 대행을 하는 업체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실제로 지스타 기간 중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미팅을 가졌고, 그중 4~5곳 정도와는 구체적으로 업무 협의를 시작할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물론 우리에게는 기회죠. 하지만 국내 중소 게임사들의 시장 기반이 잠식될 것도 분명해요. 정부가 창업 지원에만 머물지 말고 성장하고 있는 중소 게임사들을 적극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오르고소프트는 게임의 품질 관리(QA)와 서비스 대행·운영을 주로 하는 업체다. 해외 업체와 제휴를 통해 국내 게임의 해외 테스트 및 운영 대행도 하고 있다. 이 중 QA를 쉽게 설명하면 게임의 기능적인 부분의 결함이나 불편함을 개선하고 보완해 게임의 품질을 높이는 분야다. 게임의 재미나 밸런스를 평가하는 것도 QA의 영역이다.

QA는 적은 인원의 신생 게임사나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이다. 요즘에는 일정 규모를 갖춘 업체 중에도 전문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대행을 맡기는 곳이 많다.

그가 오르고소프트를 창업한 것은 2013년 11월. 당시 엔트리브소프트의 QA팀을 이끌고 나와 설립했다.

“사내 구조조정이 있었어요. 새 진로를 찾지 못한 팀원들도 있었던 데다, 이 기회에 직접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고 해서 ‘일’을 저질렀습니다. 물론 성장 가능성도 살폈죠. 게임 QA로 상장까지 간 일본의 디지털하츠 같은 회사가 되고 싶었어요. 다행히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줘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아웃소싱 업체들은 프로젝트가 불규칙하기 때문에 정규직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고, 경력자들이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맡아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 하지만 장 대표는 창업부터 지금까지 100% 정직원 체제와 100% 전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이러한 전담제가 업체들의 신뢰를 얻어 50명 규모의 중견 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그동안 진행한 프로젝트가 300개가 넘고 거래처도 100여 곳이 넘어요.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같은 대형 업체들도 있고, ‘4399’같은 중국 회사들도 꾸준히 일을 맡기고 있습니다.”

QA로 성장한 오르고소프트가 요즘 공을 들이는 분야는 서비스 대행이다.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은 물론 반대의 경우에도 적극적이다. 게임이 현지 시장에 맞는 게임인지, 어떤 부분이 강점이고 단점인지 분석해주는 것은 물론 론칭이 결정되면 번역부터 운영(GM/CS)까지 대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공시킨 대표적인 게임이 일본 원더플래닛에서 개발한 <크래시피버>다.

“2016년도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순위에도 없을 정도로 안 좋은 상태였죠. 우리가 QA 및 운영 대행을 맡아 다듬은 후 입소문을 타며 매출 순위 40위권까지 올라갔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장 대표는 1998년 패키지 유통을 하면서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다. ‘게임신문’에도 잠깐 있었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주로 개발사에서 사업 담당을 맡았다. 경력 20년의 노하우를 살려 최근에는 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까지 맡아 중소 개발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원들이 다양한 게임을 접해보고 평가해보게 하기 위해 내부에서 ‘역량 평가’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 10줄 내외로 게임을 평가하는 형태죠. 외부 게임들도 무료로 해주고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의 50% 이상을 게임이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높다고 봐야죠.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게임스컴을 방문하고 아베 총리가 브라질 올림픽 폐막식 때 마리오 분장을 하는 것처럼 정부가 나서서 게임산업이 더 클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게임 종사자들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