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한국체대)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을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에게 어린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엄벌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심석희는 17일 수원지방법원 법정동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심석희는 “그 동안 피고인과 마주쳐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법정에 서지 못했지만 진실이 무엇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심석희가 밝힌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심석희는 “내가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 폭언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고 말했다. 이어 “밀폐된 곳으로 나를 끌고 들어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고,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고막이 찢어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라고 공개했다.

심석희는 그 폭행과 폭언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았음을 말했다. 심석희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는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폭행을 당했다. 그 여파로 뇌진탕 증세가 생겼고,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심석희는 지난 2월17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에서 갑자기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며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1500m는 심석희의 주종목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따냈다.

심지어 심석희는 조재범 코치가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자신에게 폭행을 저지른 것 같다는 의견 또한 드러냈다. 심석희는 이날 공판을 앞두고 탄원서를 통해 조재범 코치가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자신의 스케이트날을 다른 것으로 바꿔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경기를 앞두고 폭행해 제대로 성적을 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징계 중이던 조 전 코치가 대회 장소인 강릉아이스아레나를 찾아 특정 선수를 몰래 지도하고 사라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조 전 코치는 지난 1월 훈련 도중 심석희를 수차례 주먹으로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폭행 사실은 심석희가 지난해 1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선수촌을 갑자기 이탈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원지법은 지난 9월 심석희를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된 조 전 코치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고, 이에 대해 조 전 코치 측에서 항소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 10월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체육단체 국정감사 당시 옥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심석희의 성적을 올리라는 전명규 전 부회장의 폭압에 압박을 받아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호소했으나 상습 폭행으로 이같은 주장이 무색해졌다.

이에 대해 조 전 코치 측 변호인은 “심석희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했던 것”이라며 “스케이트 날을 바꿔치기했다거나 올림픽 경기장에 나타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