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시어러는 그를 “아스널의 전사”라고 부른다. 아스널 팬들은 “그렘린 같다”고 말한다. 기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요정인 그렘린처럼 상대 플레이를 엉망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전사의 혼과 그렘린의 마법을 한 몸에 구현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아스널의 중앙 미드필더 마테오 귀엥두지다.

귀엥두지는 올 시즌 들어 아스널 미드필드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로 부상하고 있다. 1일 1-1 무승부로 끝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도 귀엥두지였다.

축구 전문매체 스콰카는 왼쪽 공격수 부카요 사카와 함께 귀엥두지에게 평점 8점을 줬다. 동점골을 터뜨린 오바메양(평점 7)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아스널 팬들이 “아스널에서 귀엥두지와 사카밖에 보이지 않더라”고 할 정도로 귀엥두지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 달리고, 침투하고, 패스하고, 수비하고, 소리쳤다. 파이널 서드(상대 문전)로 보낸 패스(11개) 성공률이 91%로 팀내 가장 높았고, 터치(63개)와 리커버리(7개)도 가장 많았다. 전반 44분 사카의 슈팅이 데 헤아 손에 맞고 흘러 나왔을 때 쇄도하면서 슈팅을 날린 것이나 후반 10분 문전 안으로 날아든 크로스를 헤딩으로 걷어낸 것은 그의 활동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와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등 세 명이 해야 할 역할을 혼자서 구현해 내고 있는 셈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어려운 순간마다 그가 나타난다”며 “그의 미래는 정말 밝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카이스포츠는 “맨유 선수들이 그를 포지션에서 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했다.

지난해 7월 겨우 700만 파운드(약 103억원)의 헐값으로 아스널에 온 귀엥두지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아스널의 핵심 선수로 부상했다. 에메리가 지휘한 66경기에서 54경기에 출장, 58경기의 오바메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출장한 것을 보면 에메리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잉글랜드는 물론 프랑스에서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귀엥두지는 최근 프랑스 대표팀에도 발탁되며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그의 눈부신 성장을 “‘미스터 노바디(Mr Nobody)’에서 아스널의 ‘미스터 빅(Mr Big)’으로 발돋움했다”고 표현했다.

아스널 팬들이 그를 더욱 사랑하는 것은 아스널 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넘치는 에너지와 전사의 기질 때문이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숨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 팀동료들이 수비에 복귀하지 않거나 실수를 할 때는 불 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귀엥두지를 아스널 주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귀엥두지가 공격과 수비 모두 지난 시즌에 비해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성장세를 보면 ‘Mr Big’을 넘어 ‘Mr Great(위대한 선수)’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