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찬스를 놓쳤다. 결국 그 사이 일격을 당했다. 반드시 잡아야 했던 상대에게 당한 뼈아픈 패배. 메달을 노리는 ‘김학범호’가 첫 경기부터 발목이 잡히며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 현 가시마 시의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후반 31분 크리스 우드(번리)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아 뼈아픈 0-1 패배를 당했다.

국제축구랭킹(FIFA) 122위의 뉴질랜드는 39위의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우드, 윈스턴 리드(브렌트퍼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가세시키면서 전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이 “지금 뉴질랜드 선수 구성은 성인대표팀이나 다름없다”며 경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래도 뉴질랜드는 루마니아, 온두리스 등이 포함된 B조에서 최약체로 한국이 반드시 많은 골을 넣고 이겨야 할 상대였다.

예상대로 경기 주도권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쥐고 갔다. 전반에는 뉴질랜드에 단 한 개의 슈팅도 내주지 않았다. 점유율도 70%에 가깝게 유지했다. 경계 대상으로 꼽힌 191㎝ 장신 공격수 우드는 한국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공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찬스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면서 흐름이 꼬였다. 찬스는 주로 권창훈(수원)에게 집중됐는데, 전부 무산됐다. 전반 22분 강윤성(제주)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잡아 슈팅으로 연결하려 했으나 헛발질하며 놓쳤고, 전반 27분 이강인(발렌시아)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또다시 빗맞았다. 전반 43분 강윤성이 다시 한 번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후반에도 이런 양상이 이어지자 김 감독이 후반 13분 이동경, 이동준(이상 울산), 송민규(포항)를 한꺼번에 투입해 2선을 전부 바꾸며 공격진에 더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으나 좀처럼 뉴질랜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다른 쪽 골문이 열렸다. 후반 25분 뉴질랜드 조 벨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때린 날카로운 슈팅이 한국 수비수 정태욱(대구)의 다리를 맞고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우드에게 흘러갔고, 우드가 이를 침착하게 차 넣었다.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득점으로 번복됐다. 다급해진 한국은 이후 공격의 고삐를 당겼고, 후반 42분 박지수(김천)를 교체 투입하면서 정태욱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리는 승부수까지 던졌지만 끝내 골이 터지지 않으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서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김학범호는 남은 두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한국은 오는 25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루마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