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랜더’ 등의 작품에서 처음 선보인 ‘불사의 존재’라는 소재는 한국의 드라마에서도 흥미를 배가하는 장치로 쓰였다.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라는 설정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이끌어낸다. 사람이지만 사람 그 이상의 존재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불사의 존재로서 반드시 안아야 하는 슬픈 숙명도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 죽어 없어져도 생을 이어가야 하는 외로움과 고독이 있다. 불사의 존재라는 설정은 이 양면성으로 매력적인 극의 요소가 됐다.

한국의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설정은 유독 인기를 끌었다. 2013년 SBS에서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와 2016년 방송된 tvN ‘도깨비’는 모두 이러한 설정에서 비롯됐다. 외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과 과거에서 온 김신(공유)은 모두 이 불사의 존재의 쓸쓸함을 강조한 설정으로 멜로에서 큰 이득을 봤다. tvN은 이번에 또 한 번 이러한 설정을 들여온 드라마를 선보인다. 이진욱, 권나라 주연의 ‘불가살’이다.

‘불가살(不可殺)’은 말 그대로 죽일 수 없는 존재다. 더불어 스스로 죽을 수도 없다. 이러한 운명을 타고난 단활(이진욱)이 과거 그의 가족을 모두 죽였다고 여기는 민상운(권나라)을 추격한다. 민상운 역시 600년 동안 죽음과 환생을 거듭하며 그에게서 달아나는 중이다. 이러한 줄거리를 둘러싸고 한국적인 토속 귀신인 ‘귀물’들과 베일에 싸인 재력가 옥을태(이준)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연출을 맡은 장영우PD는 “한국적 세계관에서 CG나 특수효과도 중요하지만 한 장면 한 장면 정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세간에는 몇 백 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정성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 작품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당연히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등과 유사한 불사의 존재에 대한 차별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장PD는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이응복 감독과 함께 일한 적도 있었다. 비교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도깨비’ 등의 작품은 멜로가 위주지만 ‘불가살’은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변화가 크다. 그런 부분을 주의깊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가살’ 단활 역을 맡은 배우 이진욱 역시 “죽지 않는 캐릭터들은 책, 영화,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지던 소재다. 그래서 따로 차별화를 둔다고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면서 “단활이라는 인물은 멈춰있는 시계, 방향을 잃어버린 나침반으로 생각했다. 그 자리에 멈춰있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갈수록 이해가 되고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리산’의 후속으로 또 한 번의 대작풍모로 새해를 열 tvN ‘불가살’은 오는 18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