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요. 우리 삶과 닮아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만큼 삶이 법과 아주 밀접해 있다는 걸 뜻하죠.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와 함께 생활 법률 상식을 살펴봅니다.<편집자주>

거짓으로 점철된 박하나의 사랑은 상대방 지현우의 파혼 통보로 끝을 맺었습니다. KBS2 방송 화면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지난 8일 방송에서는 분노한 지현우(이영국)가 박하나(조사라)에게 결국 파혼을 통보하는 장면을 그려졌습니다. 박하나가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을 뒤늦게 지현우가 알아차렸기 때문이죠.

지현우의 마음은 단호했습니다. 박하나는 오열하고 이를 말려보기도 했지만, 지현우는 거절로 일관합니다. 지현우는 “자그마지 비록 지난 3개월 기억도 안 나고, 당신에게 감정도 없지만, 그래도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 약혼 유지하려고 했다”며 “이젠 그럴 이유가 없다. 여기서 정리하자”라고 매정하게 돌아섰습니다. 박하나는 지현우의 손을 잡고 애원해보지만, 그의 마음을 이제 돌릴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아슬아슬했던 지현우와 박하나의 러브라인이 종말을 맞이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박하나가 지현우의 기억상실증을 이용해 거짓으로 이어졌던 사랑도 끝을 맺었습니다.

이후 방송에서도 박하나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아이들을 유기하고, 학대한 과거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현우는 이세희(박단단)과 마지막 고백을 예고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드디어 진실의 문에 다가선 지현우. 그간 박하나의 거짓 주장으로 유지돼 왔던 약혼·연인 관계가 종말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러분이 지현우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간 거짓말을 해왔던 박하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더불어 박하나는 지현우의 파혼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얽히고 설킨 인생사에서도 엄연히 개개인의 법적 책임은 존재합니다. 이를 법률전문가인 아는변호사님이 시원하게 답변합니다.

▶전문가 의견-신은숙 변호사(법무법인 백하)

약혼은 결혼의 사전 단계로서 현행 민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성년에 달한 사람은 자유롭게 약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약혼은 장차 결혼을 약속하는 것이지만, 약혼한 사이라고 해서 결혼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민법 제803조). 따라서 드라마에서 단지 약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박하나가 지현우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혼도 법이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제, 즉 파혼할 수 있습니다. 가령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이나 혼인을 한 경우, 다른 사람과 간음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는 경우 등에는 파혼할 수 있고,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파혼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박하나는 지현우의 기억상실증을 이용하여 둘이 연인관계라고 속이고 약혼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거짓말하여 진행된 약혼은 파혼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약혼은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이므로 당사자 일방은 혼인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할 신의성실의 원칙상의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여 믿음이 깨어져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804조 상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이로 인한 약혼해제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더욱이 지현우는 박하나에게 파혼 후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해보입니다. 비록 지현우가 먼저 파혼을 선언하긴 했으나, 이건 박하나의 잘못으로 인한 파혼이고, 이로 인하여 지현우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므로, 박하나는 지현우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박하나가 지현우의 파혼에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혼은 한쪽만 파혼 선언하더라도 깨지게 됩니다. 즉, 둘 모두가 파혼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약혼자가 파혼을 통보해오면 파혼이 성립합니다. 다만, 부당하게 파혼을 당한 경우에만 약혼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신은숙 변호사는?

△법무법인 백하 △이혼·상속 △서울서부지방법원 협의이혼 상담위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백인변호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