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그 누구보다 가깝지만 너무 허물이 없기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관계다. 그러나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혈연으로 묶여 있기에 서로 등을 돌리지 못하고 포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해타산을 떠나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이기에 가족의 위대함이 빛을 발한다.

　앤 헤서웨이 주연의 ‘레이첼 결혼하다’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잊혀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오랜만에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10대 때부터 마약 중독으로 재활원을 제집처럼 드다든 킴벌리(앤 헤서웨이)가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가족들은 겉으로는 따뜻하게 킴벌리를 맞아주지만 결혼식을 망칠까봐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킴벌리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성격 때문에 매번 일이 틀어진다. 결혼식을 앞두고 가족 구성원 모두 서로 숨겨두었던 본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결혼식날 모두 화해하고 다시 하나가 된다.

　어찌 보면 매우 평범하고 뻔한 스토리일 수 있다. 서로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싸우면서도 다음날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은 우리네 가족 모습과 똑같다. 조너선 드미 감독은 예리한 시각으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면서 가족간의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바다 건너 먼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지만 가족을 갖고 있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다루기에 감동이 배가된다.

　앤 헤서웨이의 연기는 기대대로 탁월하다. 고슴도치 같이 날을 세웠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부드러운 킴벌리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소름끼치도록 재연해낸다. 어머니 애비(데브라 윙거)와 동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책하며 싸울 때 연기는 압권이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봄기운이 완연한 주말 온가족이 함께 보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