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불미스런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면서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공식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박태환은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이번 도핑 파문과 관련해 박태환이 직접 공식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선수 자격정지 18개월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의 징계는 그의 소변샘플 채취일인 작년 9월 3일 시작해 내년 3월 2일 끝난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도 박탈당했다.

“도핑 사실을 알게 된 후 지난 몇개월 매일매일 지옥이었다”던 박태환은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왜 이런일이 내게 생겼나, 그 병원을 가지 않았다면, 주사를 놓지 못하게 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고 후회하고 자책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자신을 응원해준 국민들, 그리고 미디어에게 “기밀 유지 조항 때문에 마음과 달리 빨리 사죄드리지 못한 점도 죄송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비난도 질책도 달게 받겠다. 깊이 자숙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4년 15살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지인들의 말을 전하던 중 ‘약쟁이’라는 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평생 스스로 감당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제가 여기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및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의 시간을 갖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처음 수영을 시작한 이후 수영 외의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던 박태환은 선수 자격정지 기간인 18개월 동안 반성하고 봉사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수영 연맹 관계자와 인천 아시안게임에 함께 했던 후배들과 인천시청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했다. 박태환은 “국민 여러분들과 팬 여러분들께도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졌다.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준 사랑과 믿음도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 한번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