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식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8일. 첫 만남에 어색함에서인지 주장 한민수부터 준비된 다짐 정도만 전한 가운데 헤드 코치인 서광석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당차게 속내를 꺼냈다. “이곳 강릉 하키센터를 우리 무대를 만들겠다”고. 그날로부터 정확히 9박10일이 흐른 지난 17일 하키센터는, 아름다운 ‘수미상관’의 시 한 편을 보는듯 한 축제의 장이 됐다.

한국은 0-0이던 3피리어드 종료 3분18초를 남기고 정승환의 도움을 받은 장동신이 밀어넣어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대표팀은 동메달 획득과 함께 얼음판을 감동의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링크 중앙에 태극기를 펼쳤고, 만원 관중과 함께 애국가도 불렀다. 경기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얼음판으로 내려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 국민들과 만남이 가장 친밀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스하키 팀의 가장 큰 성과는 ‘패럴림픽이 무엇인지 생생히 세상에 알린 일’이었다.

연일 6000~7000명이 들어찬 가운데 진행된 한국팀의 경기. 사실, 그 중 최고의 경기는 지난 11일 열린 예선리그 체코전이었다. 3피리어드 막판 공방전 끝에 2-2로 돌입한 연장 13초만에 정승환의 서든데스 결승골로 마무리되자 스탠드는 올림픽 농구 결승 버저비터 골이 터진듯 뜨거웠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날 경기는 전파를 타지 못했다. 신문기자의 글과 방송뉴스의 화면 또는 유튜브 영상으로만 전해진 감동은 패럴림픽 편성에 인색했던 지상파 방송사를 향한 국민적 질타로 이어졌다. 결국 문 대통령의 당부까지 나오며 편성 확대를 몰고왔다.

아이스하키 팀은 이번 대회 상대 골문을 향해 수없이 퍽을 날렸다. 패럴림픽이라면 경기적인 재미 요소는 없을 것이란 선입관도 깨부셨다. 스탠드에는 기관 등을 통해 움직인 단체관중도 있었지만, 1피리어드가 시작되면 이내 그들도 경기에 몰입됐다. 체코전 이후로는 티켓 구매 문의도 줄을 이었다.

그간 패럴림피언은, 올림피언과는 다른 각도로 조명되기도 했다. 그들이 선수로 갖는 꿈보다는 그들이 역경을 이겨낸 과정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패럴림피언도 올림피언처럼 최고의 경기력을 꿈꾼다. 정승환은 “우리가 B풀 꼴찌에 있어 A풀 강팀이던 캐나다와는 경기를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렉 웨스트레이크 같은 선수가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꿈을 키웠다”고 했다. 정승환은 이번 대회 캐나다 팀 주장으로 나온 그와 맞붙기도 했다.

썰매를 타고 하는 아이스하키에서는 경기 뒤 선수와 심판이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무릎을 꿇어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이같은 ‘다름’은 있지만, 경기적 재미와 의미 차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9박10일간 아이스하키 팀의 행보는 그저 그럴 것이라는 패럴림픽을 향한 ‘시선’을 바꿔놨다.

아이스하키 팀은 패럴림픽을 세상에 알린 뒤에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동메달 획득 뒤 경기장 주변과 올림픽파크 등에서수많은 팬의 사인 및 기념촬영 요청에 인기를 실감했다. 한민수는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에 좋은 경기력으로 나왔다.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