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는 주제로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장애인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정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퍼포먼스를 통해 전해졌다.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 패럴림픽은 그 이상향을 향한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국민들의 뜨거웠던 관심과 응원 속에 신나게 스포츠 축제를 즐겼다.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으로 장애를 뛰어넘는 드라마를 쓰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자리한 우리 사회에 변화의 씨앗을 남겼다. 자원봉사로 장애인 스포츠 대회만 32년 넘게 따라다니면서 기록으로 남긴 김영복 사진작가는 “아이스하키나 컬링 경기가 끝난 뒤 일반 팬들이 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기고 기뻐하는 모습은 이전에 어느 대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달라진 관심을 느꼈다”고 했다.

메달을 향한 열정에 장애는 없었다. 지난 4년 간의 흘렸던 땀과 눈물로 만든 간절한 도전은 가슴 벅찬 감동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오벤저스’라 불린 휠체어컬링은 올림픽 은메달을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인기몰이를 이어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준결승에서 노르웨이, 3·4위전에서 캐나다에 연달아 무릎을 꿇으면서 아쉽게 좌절했다. 주장이자 스킵은 서순석은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뒤 “하나님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그때는 정말 메달을 따겠다’고 기도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꼭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눈물을 흘려 취재진을 숙연케 했다. 서순석은 이날 저녁 대표팀 공식행사에서도 TV 속 노르웨이전 하이라이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메달권 밖 다른 태극 전사들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알파인 스키의 시각장애 종목에 나선 양재림은 훈련 도중 다친 정강이 골절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빨리 실력이 오르지 않아 포기도 수차례 떠올렸다는 노르딕스키의 이정민은 비록 메달권과 멀었지만 “지금 (실패)경험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한국 대표팀 36명의 선수 중 누구 하나 레이스를 포기한 선수는 없었다.

선수들의 열정은 경기장 뿐만 아니라 평창의 공기를 달구며 비장애인 관중과 국민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동메달로 최고 성적을 낸 장애인 아이스하키대표팀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애국가 세리머니’로 관중들과 벅찬 감정을 공유했다. 대표팀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대회 금메달을 기약하면서 “우리가 챔피언!”이라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큰 박수도 받았다. ‘위대한 엄마’의 도전으로 주목받은 노르딕스키의 이도연은 “(장애를 가졌더라도) 아빠, 엄마가 먼저 모범이 되면 자녀들이 강하게 자랄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장애 부모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코리아하우스에서 태극전사들을 격려하면서 “여러분은 이미 인생의 금메달을 딴 사람”이라고 했다.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던 도 장관은 “여러분은 스포츠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장애를 갖고 있는 251만명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며 “국가는 이걸 잊지 않을 것”이라며 대회 이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