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종영 후에도 넷플릭스 OTT 사이트를 통해 글로벌 인기를 구가 중이다.

인격장애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한 편 한 편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사로잡고 있다. 작품을 마친 조용 작가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조 작가는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본인의 ‘과거 연애담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털어놨다.

-‘저글러스’ 이후 두 번째 작품인데 여러모로 결이 달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구상한 계기는?

“이 드라마는 인격장애를 앓는 한 남자와의 개인적인 연애담에서 출발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 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렸던 내 편협함에 대한 반성문 같은 드라마인 셈이다.”

-‘반성문’을 쓰고 난 기분은?

“저와는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내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또 사과하고 싶었다. ‘너는 잘못이 없었다’라고… ‘그러니 부디 어디에서든 행복해주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은 것 같다. 행복했고 ‘강태’(김수현)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한다.”

-드라마 속 동화에 대한 화제성이 높았다. 실제로 ‘고문영作’으로 출간도 됐는데? 혹시 동화 작법을 배웠나?

“나만의 변칙 동화를 쓰다 보니 아주 낯설고 조금 이상한 동화들이 ‘문영(서예지)’이라는 인격을 통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쓰는 과정에서는 대본과 별개로 창작의 고통이 뒤따랐지만 참 신선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따로 교육은 받지 않았다(웃음).”

-요즘 로맨스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 진도가 빠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너무 느려 답답할 정도였는데?

“우리 드라마가 로맨스에만 중점을 둔 로코였다면 ‘강태’와 ‘문영’의 관계가 더 빨리 진전이 됐을 거다. ‘강태’는 여느 로코 남자 주인공과 달리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워낙 억제하고 참는 스타일이라 충분히 성장통을 겪고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로맨스 진도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흥행의 부진을 걱정해 휴먼과 성장의 이야기를 축소했다면 여러 메시지들이 충분히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거 같다. 다행히 후반부 ‘강태’가 안전핀이 빠지고 그동안 참았던 만큼 욕망에 솔직해지면서 나도 한결 쓰기 편했다(웃음).”

-‘고문영’ 엄마가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라는 반전이 있었는데? 어떤 설정이었나?

“모두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공감하는 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약자’를 비웃고 조롱하는 이중적인 캐릭터가 필요했다. 병원 원장까지 속이는 기민하고 영특한 악인이지만 정작 ‘사랑의 힘’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동화 속 악인’ 같은 캐릭터가 필요했다. 우리가 벌벌 떨며 두려워했던 공포의 그림자는 알고보면 별거 아닐 수 있음을 드러내는 설정과 캐릭터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강태’와 ‘문영’ 그리고 그 사이를 끼어든 평범한 샐러리맨 ‘상태’(오정세)가 나오는 ‘강태’의 꿈속 장면이다. ‘형 나 쟤가 너무 좋아’라고 ‘문영’에 대한 진심을 꿈결에서 고백하는 동생과 그 행복한 미소를 보고 ‘아, 내 동생이 행복하다’라고 깨닫는 ‘상태’가 문영까지 한 가족으로 포용하는 시퀀스를 가장 사랑한다.”

-이쯤 되면 조 작가의 차기작이 무척 궁금하다

“웃기는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일상에 지친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깔깔깔 웃게 되는 소소한 행복을 드리고 싶다.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개그 코드’다(웃음). 코미디를 베이스로 해서 치열하고 치졸한 리얼 연애물이나 상극인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휴먼 가족극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