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동물병원에서 진료하는 수의사다 보니 작고 귀여운 반려견을 데려오는 보호자를 자주 만납니다. 만날 때마다 “반려견을 어떻게 입양하시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보호자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보게 된 너무 예쁜 강아지가 눈에 아른거려서…” 또는 “‘펫숍’을 지나가다 반려견이 ‘저를 데려가주세요’라는 눈빛을 저한테 보여서요”라고 답합니다. 많은 분이 충동적이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입양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반려견을 입양할 때 꼭 생각해봐야 하는 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예방접종입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입양 방법과 시기를 정해도 2개월 전후의 강아지는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다양한 것들에 익숙해져야 하는 중요한 ‘사회화기’ 입니다. 강아지가 집에 오기 전에 반드시 사육자(브리더)로부터 첫 번째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은 생후 6주부터 하기 때문에 접종 시기·종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 동물병원에서는 강아지가 입양된 날로부터 일주일 동안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여러가지 질환에 걸리기 쉬우므로 적응기간을 가진 후 동물병원에 방문해 접종을 진행해도 됩니다.

두 번째는 반려견의 상태와 병에 걸렸을 때의 대응입니다. 입양 후 처음 며칠은 이동에 따른 피로와 환경의 변화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아프기 쉽습니다. 또 기생충이나 전염병에 감염돼 중증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처음 개를 키우는 보호자 중에는 강아지가 잘 먹고, 활발하게 놀다 자는 것이 건강하다는 것을 모르기도 합니다. 어린 반려견일수록 며칠의 여유를 두고 잘 관찰을 해 활력이 없거나 잘 먹지 않거나 이상이 있으면 빨리 수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입양한 첫 날에 동물병원을 찾아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받는 겁니다. 이상이 있는 경우에 바로 방문할수 있는 응급병원이나 야간병원을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

세번째로 ‘새로운 보호자 증후군(New Owner Syndrome)’이 있습니다. 보호자가 바뀐 상황에서 활력을 잃는 증상입니다. 본래 어미견이나 형제 그리고 처음의 보호자(브리더)로부터 떨어져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되는 것은 강아지에게 큰 변화입니다.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된 강아지는 환경의 변화나 가족과 이별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입양 초기, 모든 가족이 놀아주다 보면 강아지의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어린 강아지의 경우 최대 16시간까지 잠을 잡니다. 또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강아지가 장난감 취급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놔두거나 방에 가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어 가능한 방에 쉴 공간을 만들어주고, 강아지 스스로 다가올 때 놀아주는 것이 좋으며 부드럽게 쓰다듬어 강아지가 안심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네 번째, 반려견이 오기전의 환경을 정리해야 됩니다. 강아지는 뭐든지 입에 넣거나 물려고 합니다. 이런 본능은 혼내도 멈출 수 없습니다. 꾸짖는 것 보다 처음부터 위험한 물건, 부서지면 안되는 물건을 강아지가 닿지 않는 장소에 두는 등 생활 환경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전기선이나 약품, 관상식물, 음식 냄새가 나는 비닐봉투 등은 입에 넣거나 삼켜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기둥이나 가구 등을 무는 경우도 있으므로 움직일수 없는 물건에는 ‘비터 애플’과 같은 냄새가 나는 스프레이를 뿌려 둡니다. 동시에 깨물려 하는 본능을 만족시키기위해 장난감 또한 준비해야합니다. 위험한 장소에는 갈수 없도록 ‘베이비게이트’를 두고 보호자가 볼수 없는 경우, 울타리나 ‘크레이트’ 등으로 행동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습니다. 강아지가 장난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강아지가 아니라 보호자에게 있다는 것을명심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절 교육의 원칙을 정해야 합니다. 혼자 반려견을 키울 때에도 스케줄과 규칙이 필요하지만 가족 이 같이 생활한다면 더더욱이 규칙이 필요합니다. 반려견에 대한 대응이 가족 구성원 마다 다르면 강아지는 혼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에서 음식을 주지 않기로 했는데 가족 중 누군가 주고 있다면 강아지는 규칙을 기억할수 없습니다. 또한 ‘앉아’나 ‘엎드려’ 등의 명령어와 칭찬할 때 사용하는 말도 통일하는 것이 좋으며 산책이나 식사 준비 등의 담당도 정하도록 합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할 필요는 없지만, 일의 분담으로 가족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는 충동적인 이유보다 여러 가지 상황과 지켜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고 입양한다면 반려견과 좀더 풍요롭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할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