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렸을 때 놀이동산에 갔던 즐거운 기억, 또는 실수해서 부모님께 꾸중 듣고 서운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10년이 넘어도 당시의 기억은 좋든, 나쁘든 마음에 남아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이런 여러 경험들은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개개인의 특성을 결정짓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반려동물 역시 성격이 다릅니다. 똑같은 성격의 반려동물이 없는 이유는 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은 환경적인 영향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를 ‘사회화기’라 하며 반려동물의 성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어릴 때의 생활환경은 반려동물에게 큰 영향을 주는데 생후 3주부터 14주까지 보고 있습니다. 사회화기에는 시각·청각·후각·촉각 등 생활 환경에서 받는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면서 적응 능력이 있는 반려동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접촉 또는 자극이 없는 단순한 생활환경에서 지내면 사교성이 적고 겁 많은 반려동물로 자라 환경 자극 등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화기의 강아지는 어미나 형제 개와 접촉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힙니다. 그러나 어미나 형제견과 이른 시기에 떨어지면 다른 개와 쉽게 사귀지 못하고 자기가 개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럴 경우 다른 개와 친하게 지낼수 없고, 산책 중에 만나는 개에게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이는 등 문제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려견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생후 7~8주까지는 어미나 형제 개와 같이 지내게 하는 것이 좋으며, 어미나 형제 개와 떨어진 후에도 가능한 한 다른 개와 즐겁게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미미’라는 보더콜리를 사회화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보호자는 브리더로부터 “보더콜리의 어미가 다른 개에 대해 공격적”이라고 들었으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미미’는 접종이 시작되는 6주부터 산책을 통해 여러 사회적 자극에 노출시키라고 부탁했고, 이러한 자극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게 하기 위해 포상(간식주기)과 함께 익숙하게 만들라고 당부했습니다.

사회화기의 반려동물은 주위의 환경에 다양한 경험을 해야 성견이 돼서도 겪게 될 여러 환경 자극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번개·전화 같은 소리에 공포심을 보이는 개가 종종 있는데 사회화기에 이런 소리에 익숙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동물병원이나 미용실, 호텔 등에 데리고 가 즐거운 경험을 체험하게 하면 효과적으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로’라는 생후 16주의 비글은 상당히 긴장하고 위축된 행동 양상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비글이 보이는 활발한 양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보호자에게 물어보니 접종이 종료되는 시점(대략 생후 16주)까지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다른 사람 또는 동물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미미’가 생후 16주가 지날 때쯤에 동물병원에 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지 않고 다른 동물 또는 사람들과 지내는 데도 편안한 행동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사회화기에 강아지가 건강하게 사회적 경험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미국에서 반려견 사망의 제1원인은 안락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안락사의 반 이상이 문제행동 때문입니다. 전염병 예방 등 백신접종은 일반화되며 반려견의 신체적 질환은 많이 줄었습니다. 이제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도 예방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시기는 사회화기입니다. 강아지의 건강을 위한 접종뿐 아니라 마음의 면역을 위한 접종도 시켜 두면 문제행동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나응식 수의사는?

나응식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야자키대학 동물병원 외과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학 강사를 역임 중이며 충북대학교 내과 임상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한 그레이스 동물병원 대표 원장으로 있다. 충북대학교 수의학과 대학 임상동문회장, 고양이 수의사회 편집위원장, 서울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